(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 문제는 '척하면 척'이란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은 관계자들은 24일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을 전해들은 금융통화위원들도 도를 넘은 표현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성장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의 일방적인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서는 '글쎄요, 한번 봅시다'라는 발언을 내놨다.

◇금리 결정 금통위가 결정…한은 '발끈'

최 부총리는 지난 주말 호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통화정책의 협조를 요청했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다"는 대답을 내놨다.

정부의 의지에 한은도 호응할 것이란 기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지나친 발언이란 지적이 들끓었다.

당사자인 한은 관계자들도 최 부총리의 발언이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원들도 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며 "한은은 소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지난 8월의 금리 인하 결정 등도 금통위가 사전에 충분한 신호를 보내며 주도적으로 결정한 사안인데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것처럼 평가되는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취임 초기 '금리 방향은 인상'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6월들어서는 "깜빡이로 봤다면 일찍 켠 셈"이라며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또 7월 금통위에서는 "경기 하강 리스크가 크다"며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7월에는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이어 8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2.25%로 내렸다.

세월호 사태 여파의 장기화 등으로 한은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느끼고 사전 정지 과정을 거쳐 금리를 내렸는데, 정부 압박에 굴복한 것처럼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항변이다.

◇이주열 '봅시다'…통화정책 한계 강조

한은 내부 분위기가 격화된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이날 오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한계를 강조하는 발언을 재차 내놨다.

그는 "이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대부분 국가가 성장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나 재정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 강연에서도 통화정책만으로 성장세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진국은 이미 수년간 초저금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컨센서스"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또 시장의 기대는 금리 인하로 쏠려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요, 한번 봅시다"라고 대답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번에도 중립적이었지만, 최 부총리의 G20회의 평가와는 미묘한 간극이 있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또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확장적 거시 정책과 규제개혁,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통한 구조개혁 노력의 당위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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