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금융-⑬> "기적이란 없다"
<통일과 금융-⑬> "기적이란 없다"
  • 노현우 기자
  • 승인 2014.09.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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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런던=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기적이란 없다"

유럽의 금융중심지 런던에서 만난 피로스카 나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일 후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 마법처럼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의 노버트 아울 유럽금리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임금이나 부의 분배 등 삶의 질 측면에서 동독과 서독의 차이는 아직도 확연하다"며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를 만들려면 앞으로도 한 세대는 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통일 사례에 비춰볼 때, 한국이 지금 시점에 미리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정부만으로는 역부족…민간 나서야

EBRD에서 중부 유럽 국가의 체제 전환을 도왔던 나기 이코노미스트는 통일 과정에서 민간부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부유럽의 체제전환국 사례에서처럼 민간부문이 북한의 2천200만에 달하는 인적자원을 훈련하고 교육하는 가이던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일 후 북한지역 개발에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정부만으로 역부족인 이 역할을 민간부문이 직접투자(FDI) 등의 방법으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 지역에서 기업문화를 비롯한 문화적 인식을 전환시키는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전문지식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EBRD는 자문 형태로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씽크탱크인 한스재단의 베르나드 셀리거 한국 사무소 대표도 독일은 정치적으로 동독이 먼저 붕괴된 후 경제적 통일이 진행됐지만, 한국의 통일은 이와 다른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며 통일에 앞서 민간교류를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라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가 끊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서독은 동독과의 관계가 정치적으로 경색된 순간에도 경제적 교류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의 알라스타 뉴턴 글로벌마켓츠 이코노미스트는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턴 이코노미스트는 인구의 규모뿐만 아니라 질을 고려해야 한다며 독일 통일의 시너지 효과는 잘 교육받은 동독 지역의 인구가 시장에 편입되면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교육시스템은 지난 1990년대 기근이 발생한 이후 완전히 붕괴된 상태"라며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통일이 되면 한국이 얻게 되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금융시장 안정…통일 기금 마련의 전제조건

통일에 앞서 안정적인 금융시장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울 이코노미스트는 "통일 전 서독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채권시장(Debt market)을 갖고 있었다"며 독일이 리먼브러더스의 붕괴 이후 은행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독일의 저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통일 후 지난 1994년까지 약 1천600억마르크 규모의 통일기금을 동독지역 개발에 투입했다. 이 기금의 대부분은 국채발행으로 조달됐다. 독일이 채권발행에서 성공적인 경험과 높은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 기금 조성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진단된다.

뉴턴 이코노미스트도 서독이 통일 전 역사상 디폴트가 없는 무결점의 채권시장을 갖고 있었다며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을 서독에 견주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아울 이코노미스트는 또 통일 전 서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40%에 불과해 주변국들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며 부채비율이 지난 10년간 크게 증가한 한국이 재정적으로 통일 비용을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IB "통일한국에 대한 투자 여부는 상황 따라 달라"

글로벌 투자은행들(IB)은 통일 한국에 투자할 의사가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이들이 통일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다. 통일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투자에 나서 높은 수익을 거두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아그리꼴(CA)의 에버 굴렛께 글로벌마켓츠 헤드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낙관하면서도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굴렛께 헤드는 주변 강대국이 한국의 통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지와 남한 내부에서 통일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지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러한 조건이 형성돼 있다면 기꺼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통일에 따른 영향으로 독일처럼 금융시장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굴렛께 헤드는 통일 과정을 거치면서 독일의 금융시장이 미국식 모델과 비슷한 형태로 발전했다며 도이체방크의 변화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통일 전 도이체방크가 기업대상 대출을 주 업무로 하는 평범한 은행이었지만 통일 후 미국 IB와 같이 주주 관련 사업에 대한 참여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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