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금융-⑦> 獨 분데스방크 고강도 긴축 논란
<통일과 금융-⑦> 獨 분데스방크 고강도 긴축 논란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4.09.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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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독일 통일 직후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금리와 통화량을 동시에 관리하는 고강도 긴축 정책을 내놨다.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통화량 목표는 하향 조정했다. 분데스방크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시의 정책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고강도 긴축이 수년간 독일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주된 이유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데스방크의 '투 트랙' 긴축정책

분데스방크는 독일 통일 이후 2년 사이에 기준금리 격인 재할인율을 4차례나 인상했다. 이 기간 금리 인상폭은 225bp에 달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2월 분데스방크는 재할인율을 6.0%에서 6.5%로 올렸다. 같은 해 8월과 12월에는 각각 100bp, 50bp 인상돼 재할인율은 8.0%에 달했다.

독일 정부와 학계, 경제연구소 등 각계에서 긴축 수준이 과도하다고 우려를 표시했지만, 분데스방크는 긴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1992년에 추가로 재할인율을 8.25%까지 올리며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분데스방크는 금리인상과 함께 통화량 관리에도 나섰다.

1990년 독일 중앙은행의 통화관리 목표는 총통화량(M3) 기준 증가율 4~6%였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에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1991년 중반부터 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분데스방크는 1991년 7월 통화관리 목표를 3~5%로 하향 조정했다.

스테판 슈네이더 도이치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일 당시 분데스방크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통화량 확대(머니 프린팅)를 통한 통일 비용 조달을 최대한 막는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기준금리를 높이는 정책을 같이 폈다"고 설명했다.

◇분데스방크 물가안정 '올인' 적절했나

독일 통일 당시 분데스방크가 고강도 긴축에 나선 것은 전적으로 물가를 고려한 조치였다.

구(舊) 서독의 198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였다. 통일 논의가 본격화된 1989년과 1990년 각각 2.8%, 2.7%로 물가 상승률이 치솟더니 1991년에는 3.6%로 올라섰다. 199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에 달해 198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일 독일의 물가 상승은 통일비용 조달을 위한 각종 세금 인상과 동독 지원을 위한 확대재정 운용의 결과물이다.

화폐 통합 당시 결정된 동서독 화폐의 교환 비율도 인플레를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 직후 동독의 임금 상승과 함께 수요가 폭증했고 이는 물가 급등으로 연결됐다.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소득이 감소하게 된 서독 지역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투쟁도 이어졌다. 물가 안정을 정책 목표 1순위로 잡고 있는 분데스방크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분데스방크의 물가안정을 위한 고강도 긴축이 가져온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독일 경제의 침체다. 전적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 독일 정부와 학계는 분데스방크 쪽에 그 책임을 돌렸다. 금리인상 등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억누름으로써 경기 침체를 불러온 주된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독일연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독 지역은 1990년과 1991년 5%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분데스방크의 긴축이 본격화된 1992년 1.8%로 성장률이 큰 폭 둔화했고 급기야 1993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1.7%)로 돌아섰다. 이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분데스방크의 긴축정책은 독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상은 마르크화의 초강세를 초래했다. 이는 당시 유럽환율조정체계(ERM) 국가들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국이 ERM에서 탈퇴하는 등 환시파동이 일어났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고금리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분데스방크의 긴축이 결국 유럽 경제 전반의 위축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분데스방크의 긴축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금리인상 등이 독일의 경기 침체를 불러온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자유입을 통해 해외에서 통일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분데스방크가 마련해준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랄프 솔빈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분데스방크는 통일에 따른 문제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고 긴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측면에서 분데스방크는 금리를 높이는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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