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금융-①> 경제·금융 대변혁 예고
<통일과 금융-①> 경제·금융 대변혁 예고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4.09.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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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정부는 지난 3월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을 제시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기관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통일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통일시대 금융의 역할을 모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통일은 정치적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통일비용 조달이나 화폐통합을 포함한 금융의 대변혁, 고용과 주거, 부동산시장 등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초대형 사안이다.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대응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의제가 되는 시점에서 연합인포맥스는 독일 현지 심층 기획취재를 통해 통일 과정을 되짚어보고 우리의 미래에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베를린·런던=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체제가 다른 국가의 통일은 해당 국가의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숙제를 던져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통일이 대박을 가져다준다'는 믿음만 갖고 접근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통일독일은 유로존 경제대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통일을 전후한 시점은 물론 지금까지도 통일에 따른 각종 비용과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 베를린과 유럽의 금융중심지 런던 현지에서 전문가들이 독일 통일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통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종착역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통일이 가져온 경제적 혜택

독일의 사례를 보더라도 통일이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피로스카 나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통일의 교훈 중 하나는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 독일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서독과 동독의 경제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줄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2천200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인적자원이나 광물자원을 통일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혜택으로 제시했다.

에버 굴렛께 크레디트아그레꼴(CA) 글로벌마켓 이사는 "당시 독일이 통일로 6천만명에서 8천만명의 인구 국가로 성장했다"며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부담도 커지지만, 그만큼 경제적으로 수요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통일이 주는 특수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독일 주가(DAX30)는 통일 직후 하락했으나 3년 만에 통일 직전 수준인 1,973포인트를 회복했고,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00년 2월에는 7,644.55포인트를 달성해 5.6배로 상승했다.

또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민간부분의 역할 증대는 국내 자본시장이나 금융산업 전반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로 채권시장이나 투자은행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에버 굴렛께 이사는 이어 "동일통일로 그동안 은행권 중심이던 독일의 금융산업구조도 재편됐다"며 "대표적으로 도이체방크는 대출에 의존하던 평범한 은행에서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 해결해야 할 숙제 산재

그러나 전혀 다른 체제의 국가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문제점도 적지 않다. 독일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통일을 계기로 동독은 1991년 21.7%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독에서는 1989년 2.8%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2년에는 4.0%까지 치솟았다.

실업률은 동독지역에서 통일 이후 평균 15%를 상회했고, 서독에서도 매년 증가해 1997년에는 10%에 근접했다. 또 1989년까지 흑자기조를 지속했던 서독의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통일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의 적자도 돌아섰다.

스테판슈나이더 도이치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동서독이 통일된 이후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이 붐을 일으켰으나 이후에는 오히려 둔화되는 모습을 전개했다"며 "통일 이후 독일의 경제침체는 동독지역에서 일시적인 수요 증가로 소비가 갑자기 늘어난 데 따른 반대급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독 이후 10년까지도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며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자가 2005년에는 500만명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실물경제의 급변은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과거 동서독의 경제적인 차이를 훨씬 넘어서는 현재 남북한의 경제적인 격차는 통독과정에서 나타났던 부작용보다 더 많은 숙제를 잉태하고 있다.

젠스 노르드빅 노무라 외환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실업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은 독일보다 한국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가 동서독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동독에서 일어났던 경제현상이 북한에서 일어난다면 통화 수요가 엄청나게 증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노버트 아울 노무라 금리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의 적자 전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등을 봐도 통일은 서독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임금이나 부의 분배 등에서 동독지역은 아직도 서독에 뒤진다"고 평가했다.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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