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연합인포맥스) 이종혁 백웅기 기자 = 통일 경험을 가진 나라 가운데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독일은 모범 사례임이 틀림없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이 즐비한 제조업 기반이 성장 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성장이 정체된 탓에 한때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했던 독일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통일 경험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통독 25년째를 맞는 독일은 이제 유럽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수출경제를 이끈 제조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히는 한국이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독일 현지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통일은 제조업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드레스덴 소재 자동화 기계설비 전문기업 '제논'에게서 독일 기업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1990년 11명의 옛 동독 출신 기술자들이 당시 5천마르크에 불과한 자본으로 시작해 작년 매출 약 2천100만유로(한화 약 278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한 과정은 '통일 한반도' 시기 북한 노동·기술력 활용방안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법했다.

무엇보다 통일 이후에도 공고히 유지하는 '듀얼 시스템(Dual System,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교육제도)'이 인상적이었다.

독일은 일찌감치 인적자원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1953년 수공업자 규정 제정과 함께 도입된 듀얼 시스템은 학생이 직업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직장에도 동시 취업해 현장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제도다.

제논이 드레스덴에 자리 잡은 것도 우수 인력 수급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제논은 인근의 드레스덴 공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직원 총수 200명 중 10% 수준인 2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그들은 직장에서 실습교육을 받으면서 급여를 받아가며 일하는 것이다.

에버하르트 라이스만 제논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직업 연수교육을 받고 인턴십이나 실습교육에 와서 역량을 보이면 바로 채용을 하기도 한다"며 "일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돌아가는 경우도 일부 있는데, 그러면 회사가 재정적으로 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학습을 통해 현장뿐 아니라 이론 측면에서도 숙련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기업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중 약 30%는 정부가 연구개발(R&D)자금 명목으로 지원하는 것도 유인 요인이다. 실업 청년들에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보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낫다는 정부 판단이 효과를 본 것이다. 제논의 경우도 통일 이후 직원들에 대한 자본주의 재교육, R&D 장려금 등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현재 독일에선 약 350개 직업군에서 관련 직업교육을 시행하는 중으로, 2011년 기준 총 직업교육 일자리는 60만개에 달했다. 특히 독일중소기업연구소(IfM)에 따르면 제논과 같은 중소 규모의 회사가 2010년 기준 직업교육자 82.4%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스만 대표가 '통일 한반도'에 조언하는 것도 바로 현장을 중시한 직업교육이었다.

그는 "독일은 자고 일어나보니 통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선 역시 교육이 중요하다"며 "북한과 통일 시 직업학교 등을 지어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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