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NARL 매각으로 석유공사는 골칫거리 하나를 해결하는 셈이 됐다. 매년 적자규모를 키워온 터라 '더 큰' 손해를 막고자 다시 매각을 결정했지만, 매입가 대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데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NARL은 석유공사에겐 어울리지 않는 옷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탐사·개발에 초점을 맞춰온 공사 특성상 정유·유통 부문이 주력이었던 NARL은 생소한 사업 분야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인수 의향도 없던 NARL까지 한꺼번에,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 없이 무리하게 인수한 데에서 비롯됐다. 연간 1천억원씩의 적자는 예견된 일이었다.

석유공사는 NARL을 인수한 이듬해인 2010년 하베스트 이사회 산하 하류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국내 정유사 출신 전문가를 기술고문으로 채용하는 등 설비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이 이어졌지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공사와 NARL 사이 통합 트레이딩 조직도 새로 만드는 등 NARL의 원유구매 경제성과 판매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소용없었다.

무엇보다 외부효과가 컸다는 자체 분석이 나온다.

석유공사 측은 "2010년부터 북미지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원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정유업계 시황도 나빠져 유명 정유사들도 사업장을 철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발레로, 코노코필립스, 웨스턴리파이닝 등의 정유사가 북미지역 현장에서 손을 떼던 시점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 추이를 봤을 때 합당한 설명이지만, 이는 더 큰 비판을 부채질하는 꼴밖에 안 된다.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셰일가스 개발에 나섰던 미국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사를 인수할 2009년 이미 연간 2.9tcf(조입방피트)의 셰일가스를 생산했다.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으로 러시아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국으로 올라선 때였다.

에너지 시장 재편이 예고됐던 때 미래 사업성을 명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수익성 악화가 뻔한 사업장을 비싼 값에 사들인 꼴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하베스트는 작년 말 7천87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하베스트의 순손실 2천480만 캐나다달러(C$) 중 NARL의 손실액이 4천360만C$에 달할 정도로, NARL이 연간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쌓아온 탓이 크다.

이에 석유공사 관계자는 "비핵심 영역으로 분류된 자산을 매각해 자산합리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더 이상의 손실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이번 매각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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