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코스피지수가 엔저 우려로 방향성을 잃고 2,000선 주변에서 안갯속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9일 전 거래일보다 5.04포인트(0.25%) 떨어진 2,026.6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지난 18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주식을 내다 팔았다. 매도 규모는 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외국인은 29일 548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규모 자체만으론 의미를 두기 어렵다.

◇ 외인 매도 이유…`엔저=실적악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코스피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엔저 지속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이들 주식을 연일 매도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은 `엔저=실적 악화'라는 공식을 코스피 투자 판단에 중요 잣대로 삼는 것이다.

이 때문에 3분기 실적 장세가 본격적으로 열리기까지 엔저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0원대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에 따라 100엔당 원화가 800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엔저에 따른 환율 리스크를 이겨내고 국내 기업들이 이익을 내려면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춘 3.4%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수요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점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위축 가능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외국인 매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 코스피 반등은 언제

코스피가 2,000선을 지지하고 반등에 나서려면, 엔저 현상이 완화되고 외국인이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서야 한다. 즉 외국인 매수의 선결 과제는 엔저 현상의 완화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엔저 현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엔-원 환율은 재정환율로,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엔-원 환율의 변동성은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원화 약세(달러-원 환율 상승)를 유도하기 위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거나,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로 대응한다면 엔-원 환율의 하락은 어느 정도 피할 수도 있는 문제다. 정부의 정책 대응이 엔저 악재를 이유로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돌려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9일 엔-원 환율 하락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책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자, 달러-원과 엔-원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섰고, 증시에서 외국인도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됐다.

A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30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현재 주가는 엔저 우려에 따라 충분히 조정을 받은 상태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외국인은 좀처럼 이들 종목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이나 엔 등 환율만 안정된다면, 코스피는 외국인 매기가 충분히 살아나며 2,100선까지 빠른 속도로 반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g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