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1억여건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일으킨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중징계를 받았다.

영업정지에 이은 CEO 중징계로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제재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고액의 집단소송을 남겨둔 등 이들 카드사의 앞길 한동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박상훈 롯데카드 전 사장에게 해임을 권고하고, 손경익 농협카드 전 분사장에게는 3개월 직무정지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 등 5단계로 구분되며 문책 경고 이상이 중징계에, 주의적 경고 이하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더불어 양사의 정보 유출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임원과 부서장 등 관련자 40여명을 중징계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롯데카드 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박모 이사에 대해 해임을 권고했고, 농협카드가 NH농협은행의 사업부인 점을 고려해 관리 책임이 있는 신충식 전 NH농협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조치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 등도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주의적 경고는 준법감시인 선임자격이 제한되며 향후 위반행위 발생 시 가중사유로 작용한다. 두 은행에는 기관경고 조치도 내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정보유출 사태에 책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관련자들은 양사가 자체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국민카드에 대한 징계 결정은 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의 추가 검사가 시작되면서 연기됐다.

정보유출 사고 후 3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에 이어 이번 CEO 및 임직원 제재로 롯데카드와 농협카드에 대한 당국의 공식적 제재 절차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3개 카드사는 앞으로 정보유출 관련 공동소송 등 난제를 남겨두고 있다. 소송 규모도 크다.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지난 5월 개최한 세미나에선 카드 3사가 집단소송 패소 시 발생할 비용이 1천712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법무법인 '바른'은 5월 초 공동 소송 사이트(https://classaction.barunlaw.com)를 만들고, 7월까지 1만건을 신청받아 60억원 규모의 1차 소송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보 유출 민감도에 따라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70만원에 이른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1차 유출에 이어 2차 유출까지 발생해 문제가 큰 사안이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영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국민카드는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이미지 광고를 시작하고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KB금융 내분사태로 발목을 잡힌 상태다.

롯데카드는 모집인 수가 정보유출 사고 이전의 2천300여명 규모로 늘어났지만, 금융당국의 전화영업(TM)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카드 역시 외부 출신 사장과 직원들 간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3사가 3개월 영업정지 기간에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당국의 징계와 소송, 경쟁사의 반격 등으로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내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개인신용판매 시장 점유율이 올해 2분기 15.9%에서 3분기 16.7%로 개선될 것"이라며 "이는 연초 발생한 경쟁사들의 개인정보 유출의 반사이익과 적극적인 마케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카드의 2분기 개인신판 시장점유율은 16.4%로 전년 말 15.9%에 비해 확대됐다"며 "3분기부터는 취급고 성장이 정상화돼 시장점유율 상승의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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