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청산되고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내년에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저금리 시대에 유행했던 달러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신흥국에 있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환류하고 있다. 최근 신흥국 증시가 매도공세에 시달리는 건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청산과 연관이 깊다.

반면 일본에서는 엔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경기부양을 빌미로 찍어낸 엔화가 해외 금융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통하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일본의 공적연금도 앞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자금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엔화 자금은 일본 밖을 빠져나오면서 글로벌 자금의 물갈이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러한 캐리트레이드 변화는 시장의 변곡점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는 신흥국에 엔화 자금이 들어온다면 완충작용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은 각자의 경제펀더멘털에 따라 차별화 국면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신흥국 자금 썰물

신흥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ATM 기계라고 불릴 정도로 자금의 변화폭이 크다. 신흥국 경제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아시아에서 외국인들의 투자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외국인들은 아시아 증시에서 7개월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월 한달간 외국인들은 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다.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아시아 증시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변심 모드로 돌아선 셈이다. 외국인들의 아시아 증시 이탈은 달러 캐리트레이드의 청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저금리 매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인도와 필리핀, 태국에서는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인도는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들의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태국은 그동안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신흥국을 떠날 때 무차별적으로 떠날 때가 있고, 선별적으로 빠져나갈 때가 있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경우 무차별적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의 추이를 보면 경제펀더멘털을 보고 선별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튼튼한 경제기초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기업은 수익을 내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 내수가 활성화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엔캐리 트레이드 부활하나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으면서 달러-엔이 11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저금리 엔화 유동성이 국제시장에 퍼져나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엔이 120엔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약세 국면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도 나온다.

일본 재무성 자료를 보면 지난주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액은 3조8천억원으로 2009년 1월 이후 5년 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셈이다.

엔 캐리 자금은 신흥국의 자산으로 향한다. 일본과 외교.문화적으로 가까운 브라질로 가기도 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나라에도 엔 캐리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한달간 우리 증시에 일본계 자금이 약 5천억원 가량 들어왔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일본의 공적 연금도 해외투자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 총리가 공적연금의 개혁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투자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일본계 자금의 해외 탈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시장 전체로 보면 달러 캐리 청산으로 말라버린 신흥국 유동성에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엔캐리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당장 주식 등 금융시장에 수급여건이 좋아지는 효과 있으나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외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 캐리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 변화 등 국제자금 흐름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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