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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극적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당 승부차기로 이어졌을 터. 관중이야 재미있을지 몰라도, 선수들 처지에서 승부차기는 속된 말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초조함과 긴장감, 중압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칫 실축이라도 한다면, 그래서 게임에 진다면, 비난을 혼자 뒤집어써야 한다(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영표의 '동국아 군대가라' 슛은 그래서 지금도 유명하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어김없이 그는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몸을 던진다. 골키퍼가 가운데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키커가 왼쪽이나 오른쪽 혹은 가운데로 슛할 확률은 각각 ⅓이지 않는가? 그런데 왜 골키퍼는 가운데 방향을 포기할까?

이유는 명백하다. 생각해보라. 만일 골키퍼가 한쪽으로 다이빙했는데 슛이 그 반대쪽으로 들어간다면 그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골키퍼가 가운데를 지키느라 가만히 서 있는데 슛이 쌩~하고 왼쪽(혹은 오른쪽)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그는 얼마나 멍청하고 무능해 보일까? 골키퍼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기에 골키퍼는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무턱대고 움직이고 본다.

이처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초조함 때문에 행동에 나서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행동편향(activity bias)'이라고 한다. 불리한 상황에서 무엇이든 행동을 해야 안심이 되지 잠자코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최근에 주가가 꽤 많이 밀렸다. 순식간에 코스피지수는 2,000이 문제가 아니라 1,980선마저 내주는 하락세를 겪고 있다. 한때 150만원을 호령하던 삼성전자는 1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현대차 등 많은 종목이 하락에 신음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달린다. 잠자코 있으면 뭔가 잃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이들은 위험관리 혹은 손실만회, 저점매수 등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서 행동에 나선다.

그러나 골키퍼가 가만히 서 있어도 괜찮다. 볼이 날아올 확률이 1/3이나 되는, 가운데 방향을 막는 훌륭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좋은 전략이 된다. 굳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다이빙한다고 하여 슛을 막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는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일반적인 경우 나는 이 글을 매주 주말 저녁에 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에 마감된 뉴욕시장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뉴욕의 등락은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뉴욕시장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너무나 앞날이 뚜렷하다. "볼 것도 없이 앞날이 상승세"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은 이제 확연하게 하락세로 기울었다.

코스피지수가 2,000 혹은 1,990선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하락세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것보다는 기술적 분석으로 판단할 때 ‘시장의 균형’이 명백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미 지난주에 그렇게 주장하였다. 일목균형표를 구성하는 괘선 중에서 기준선, 전환선, 후행스팬 등이 모두 하락세로 기울었고 아슬아슬하게 구름만 버티고 있던 것이 지난주 이 글을 쓸 때까지의 상황. 하지만, 당시에도 주가는 장중에 여러 차례 구름 하단을 하회한 적이 있었기에 이제 주가가 하락세로 기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길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적중(유감스럽게도)하였다.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하락세가 일시적이며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나도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주가가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동안 근근 버티던 구름의 지지마저 붕괴된 상황에서, 혹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지지선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형편에, 막연하게 ‘오를 것’이라고 희망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스러운 일은 단기에 주가의 낙폭이 컸으므로 하다못해 ‘데드캣 바운스’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지난 목요일(10월2일), 코스피지수의 캔들에는 긴 아래 꼬리가 달렸고 RSI는 과매도를 의미하는 30 이하로 내려섰다. 1,990 언저리에 하락갭마저 나타났으니 갭 메우기 차원의 반등은 나타날 법하다.

이래저래 주가가 조금은 오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그건 '이삭줍기' 차원에 불과하다. 그걸 노리고 매수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행동편향'이다. 현 수준에서 오르더라도 구름 하단인 2,030 언저리를 예상하기는 무리이겠고, 글쎄다. 잘하면 심리적 저항선 2,000 정도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상의 반등? 잘 모르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이제 편안해졌다. 지난주에 접어들면서 달러-원은 상승세이고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기울었고, 그 결과 주가와 환율과의 ‘언밸런스’, 혹은 ‘불편한 동거’가 깨졌다. 다만, 나로서는 좀 머쓱하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세라는 것은 예전부터 그렇게 주장하였으니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사실 나는 지난주의 경우 1,050원의 저항선이 막강하니 그걸 넘기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리라 전망하였다.

하지만 내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당장 그날(이 글이 실리는 월요일이었다) 환율이 1,050원을 손쉽게 넘어섰으니! 교조적으로 해석하였을까? 차트 이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1,050원의 심리적 저항선과 하락갭을 너무 중시한 탓일 터. 여하간, 이미 저항선은 까마득하게 아래쪽에 있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중요하다고 간주되던 수준마저 무참하게 뚫리는 형편이라면(더구나 네고가 몰리기 마련인 월말이었는데도!) 달러의 상승세에 거칠 것은 없다.

해외에서도 달러는 오른다. 유로-달러는 1,26선마저 하회하며 추락하더니 약간 반등하였다. 하지만 이건 ‘누가 보더라도’ 하락세이다. 의당 달러는 상승세이다. 달러-엔의 경우는 110 마저 넘어서던 기세가 잠시 주춤하지만 역시 상승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니 달러-원이라고 하여 하락할 리 만무하다. 그저 이런 분위기에는 달러를 사들이는 전략이 정답이겠다.

1,040원 언저리에서 좀 싸게 매수하려던(바이 온 딥스) 전략은 무참하게도 틀렸는데,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살까? 글쎄, 솔직히 말하여 까마득하게 오른 상황인즉 좀 겁난다. 그래도 매수하는 전략 말고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여기서 환율이 밀리더라도 이번에는 1,053~1,056원이 지지선으로 버텨 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설마 이번에도 내 예상이 틀려 환율이 후다닥 추락하고, 그래서 1,050원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꼴을 당하지는 않으리라.

분 차트(minute chart)로 세밀하게 살피면 지난주 후반에 장중 1,064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잠시 되밀리는 양상이 목격된다. 그러기에 잘하면 1,056~1,053원 정도까지는 하락이 기대된다. 분 차트상 그 언저리에서 강력한 구름의 지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밀린다면 싸게 매수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추세는 분명 상승세인즉 '롱' 포지션이 편안할 수밖에 없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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