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들에게 위기에 대비해 긴장감을 늦추지 말 것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사상 처음으로 순익에서 삼성그룹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화려한 성과를 거뒀지만 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정몽구 회장은 이달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로 해외법인장들을 불러모아 해외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위기징후를 거론하며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잘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이 이러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경기위축으로 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 자동차 업계의 회복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마무리, 유럽차의 약진 등도 현대차에게는 위기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대지진 충격에서 회복될 내년에는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실적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요타의 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구조조정으로 체질 강화에 성공한 미국의 GM과 포드가 가격 경쟁에 나선다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가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해 온 국내 시장에도 수입차들의 도전이 거세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국내 자동차 수요는 155만대로 올해보다 1.8% 감소하겠지만, 수입차는 올해보다 7천대 늘어난 11만4천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는 아우디와 벤츠, BMW, 도요타 등 글로벌 브랜드의 공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게 자동차업계의 예상이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의 신모델 출시 계획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내년 2분기에 싼타페 후속 모델을, 기아차는 1분기에 K9, 4분기에 K3를 출시하는 것이 신차 스케줄의 전부다.

이러한 경기불황과 시장경쟁 확대라는 상반된 상황속에서도 현대기아차의 긴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철강(현대제철ㆍ현대하이스코)과 완성차(현대기아차), 부품(현대모비스), 물류(현대글로비스)로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완성차업체를 정점으로 많은 계열사들이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라며 "현대체철이 자동차 강판용 3고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현대하이스코 역시 당진2냉연공장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감축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설명했다.

w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