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 지지자산운용 본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3년 평균 수익률 42.07%. 다음 달 청산을 앞둔 지지사모경매부동산투자신탁 제1호가 거둔 성적이다. 대형 운용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틈새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거둔 성과로 평가된다.

강준 지지자산운용 본부장은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1호 펀드가 거둔 성적의 비결은 틈새시장으로 분류되는 중소형 부동산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임대료가 비싼 대형 오피스의 매력이 반감되고 있지만 중소형 빌딩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낮은 임대료 부담으로 다양한 임차인을 유치할 수 있는 데다 경매를 통해 매입하게 되면 소액이지만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지자산운용이 3년 전 설정한 1호펀드는 43억 5천만 원에 낙찰받은 상가를 67억 원에 매각했다. 그동안 받은 임대료와 매각차액을 포함한 총 수익률은 126.2%, 3년간 평균 수익률은 42.07%다.

이 상가는 경매에 나올 당시 50억 원 상당의 유치권이 신고되어 있어 대형운용사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섣불리 매입하기 어려운 물건으로 분류됐다. 지지자산운용은 이를 지렛대로 매입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1호 펀드의 성과를 발판으로 지지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도 어느새 12개, 자산총액도 1천40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전체 펀드 중 경매펀드가 4개에 그치는 점은 안타깝다. 명도, 임차인 유치, 소송 등 경매 투자가 지닌 리스크 때문이다. 또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를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강준 지지자산운용 본부장은 "2~3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자산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틈새시장에 주목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강준 지지자산운용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경매 1호 펀드실적이 주목된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감정가 99억 원의 상가를 3년 전 43억 5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 물건은 유치권이 걸려 있어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전체 건물의 1, 2층만 경매로 매입했는데 1층을 38억 원, 2층을 29억 원에 매각했다. 금액은 적지만 임대, 매각수익을 합쳐보니 총 수익률이 126.2%, 3년 평균 수익률이 42.07%로 계산됐다. 건물도 작은 데다 경매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투자자와 운용사 모두에게 보람이 있었다.

--경매와 일반 부동산펀드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전체 펀드 12개 중 1, 3, 8, NPL1호 등 네 개를 경매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일반 부동산 펀드다. 경매가 최종적으로는 고수익이 나지만 펀드 설정까지 애로가 많다. 매입 후 명도, 임대차 설계, 그리고 소송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경매 물건의 특성상 시설 보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많으니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다가간다. 리스크를 꺼리는 투자자를 고려하다 보니 일반 실물 부동산 펀드가 많다.

--최근 실적이 어떻게 되나

▲펀드 자산 총액은 1천400억원 정도 된다.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은 괜찮다. 1호 펀드는 수익률 36~7% 예상했는데 매각하고 나니 실적이 더 좋았다. 경매 2호 펀드는 순수배당만 7~8%(자본차익제외)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엑시트보다 운용수익에 초점을 둔다. 캡레이트(자본환원률) 7~7.5% 정도를 가이드 라인으로 삼고 있는데 자연스레 중소형 빌딩에 집중하게 됐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부동산 경기가 나빠 좋은 물건을 찾기 어렵고 매입도 힘들다. 둘째, 경기 침체로 수익형 부동산의 핵심인 임대료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 여의도, 강남, 종로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 매년 렌트프리를 4~5개월 준다는 이야기가 그냥 나오겠나. 특히 대형 오피스에 입주할 수 있는 상장사들이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 임차인 유치도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업체를 유치할 수 있는 중소형 빌딩에 주목하게 됐다.

--중소 운용사로서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초기에는 투자자 발굴이 쉽지 않았다. 회사 안팎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했다. 최근에는 경매 펀드의 수익률 등이 알려지며 은행 PB 파트와 연계 등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신문로 러시아 연방 무역대표부 레지던스 인수도 그런 사례다. 한 시중은행 PB쪽과 협력해 80억 원 정도에 인수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분리과세 등 세제상 혜택이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됐다.

지지자산운용은 틈새시장에 주목해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한다. 대형사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2~3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자산이지만 생활비 정도는 건질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실제로 1호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 다수도 이런 목적을 지닌 소액 투자자였다.

--경매펀드의 전망은 밝다고 보는가.

▲지금 자산운용업계에서 경매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지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 통제가 어렵고 경매 물건 규모가 몇십 억 수준이어서 펀드 설정하기도 애매하다. 게다가 물건 매입에서부터 임차인 유치, 시설관리, 매각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도 거의 없다. 대부분 위탁을 주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지자산운용이 중소운용사이면서도 대형사 못지않은 운용보수를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매에 특화된 노하우를 인정받는 점이 크다.

NPL펀드도 주목하고 있는데 아직은 와치만 하는 수준이다. 과거에는 NPL시장이 좋았지만, 최근에는 채권 원금가격에 준해서 낙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7,80%에서 들어갔다면 지금은 거의 90% 육박하고 있어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다.

--지지자산운용의 전망은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

▲우리나라 자산운용시장의 상품은 획일적이다. 주식, 대형 오피스 중심의 부동산 등이 대부분이다. 작지만 알차고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펀드가 분명히 필요하다. 연기금 등 기관 중심의 투자자 외에 펀드로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소액 투자자들도 충분히 배려되고 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지지자산운용이 설 자리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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