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컴펀드', '퀀트펀드', '시니어론펀드', '밸류포커스펀드', '인사이트펀드' 등 언뜻 들어서는 무슨 상품인지 모르는 펀드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름과 구조가 복잡하고 영어로 돼 있을수록 최첨단 기법을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생겨 판매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외래어가 들어간 펀드가 넘쳐난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매년 우리말 쓰기 운동이 벌어지지만, 돈이 오가는 금융권, 특히 금융투자업계에는 난해한 외래어가 유독 많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500명을 대상으로 펀드 명칭을 통한 상품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주된 투자 대상을 펀드 이름으로 알 수 있었다는 응답률은 29%에 불과했다.

금감원이 최근 순화된 용어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점검을 통해 금융사가 조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정도다.

이 와중에서도 '마라톤'. '10년투자', '한국의 힘' 등 간결한 한글 상품명에 투자 철학을 담은 펀드들이 한글날을 맞아 눈길을 끌고 있다.

'1가구 1펀드', 적립식펀드가 재테크의 대세로 자리 잡기까지는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억 만들기', '3억 만들기'가 큰 공을 세웠다. 초창기 적금, 예금에만 몰두하던 국민을 펀드로 끌어들여 펀드 대중화에 기여했다.

펀드 투자를 통해 몇 억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펀드 이름에 잘 녹아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이런 이름이 우후죽순처럼 나오자, 펀드에 투자하면 몇 억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때 1억 만들기 시리즈와 함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부자 아빠 펀드' 시리즈도 간결한 사명과 함께 선전했다.

2005년, 20조원도 안 되던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고를 2008년 말 130조원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그러나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차이나 솔로몬', '봉주르' 등 외래어로 만든 펀드들이 주도했다.

박현주의 혜안에 투자하라는 인사이트 펀드로 정점을 찍은 펀드시장은 다시 한글명으로 개명하는 게 유행이 된다.

펀드 시장이 쪼그라들자 직관적이고 다가가기 쉬운 한글 상품명이 각광을 받은 것이다. 이때 생겨난 게 '당신의 희망 펀드', '행복을 드리는 펀드', '위풍당당 대표주 펀드' 등이다. 칭기즈칸, 광개토대왕 등 고유명사의 이미지를 빌려오는 펀드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이색 작명으로 주목을 받은 펀드도 많다.

2010년 출범한 키움자산운용은 후발 주자답게 승부, 선명, 장대 등 한글 단어에 펀드의 목표를 담았다. 브레인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이름을 백두, 태백, 한라 등으로 지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가 "우뚝서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직접 지었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공모형 펀드 이름도 들꽃 이름 시리즈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르기 쉽고, 듣기 쉬운 이름은 아무래도 한글"이라며 "마라톤이나 10년 투자와 같은 펀드는 꾸준하고 오래 투자하라는 이름을 잘 담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산업증권부 곽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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