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수사당국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버시 강화 대책 발표에도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리셔 송구스럽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그는 "감청 영장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일반 영장 집행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도록 외부 전문가를 주축으로 정보보호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다음카카오는 지난 8일 카톡에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용자 정보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프라이버시 모드가 적용되면 대화내용이 암호화되고 수식 확인된 메시지는 곧바로 삭제된다.

이 기능은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텔레그램의 '비밀대화'와 유사하다. 이용자 이탈이 가시화되자 경쟁사의 핵심 기능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의 카톡 사용자 정보요 건수 등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미 공식 블로그를 통해 카톡에 대한 감청 요청은 지난해 86건, 올해 상반기 61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카톡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보안에 강하다는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이용자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텔레그램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인기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도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더니 14일 현재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랭키닷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텔레그램의 일평균 이용자수는 52만1천903명으로 1주일 사이 약 20배 증가했다. 지난 7일 도입된 텔레그램 한국어 버전의 가입자 수는 일주일 만에 8만9천880명을 기록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사이버 검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의원들의 비판은 검찰을 향한 것이지만 논란이 지속된다는 것만으로도 다음카카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음카카오는 이용자 이탈을 막고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감청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이석우 대표의 발언이 14일 상장을 앞두고 다음카카오가 꺼낸 마지막 카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칫 감청 영장 집행 거부는 공무집행 방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법적인 하자가 있어서 감청 영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원칙 아래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만약 영장 거부로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대표로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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