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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친구 하나가 책가방 속에 둔 돈을 잃어버렸다며 울고 난리가 났고, 선생님이 '범인' 색출에 나섰다. 먼저 선생님은 학생들더러 자리에 앉아 눈을 모두 감으라고 한 뒤, “지금이라도 돈을 가져간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들면 용서해주겠노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기회를 주었는데도 자백하는 애가 나오지 않자, 선생님은 특단의 조처를 했다. 반장을 시켜 솔잎을 잔뜩 따오라고 한 다음, 그것을 각각 5센티미터 정도의 길이가 되도록 가지런히 잘랐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솔잎을 하나씩 입에 물고는 눈을 감으라고 했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설명, “거짓말을 한 사람은 침이 많이 나오므로 솔잎을 물고 있으면 그게 1센티 가량 저절로 길어지게 되어 있어. 조금만 있으면 솔잎이 길어지는 놈이 나올 터이니 꼼짝 말고 있도록.”

10분 정도 지나자 선생님은 학생들이 입에 문 솔잎의 길이를 하나씩 검사하였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의 솔잎은 다른 애들 것보다 1센티 가량 짧았다! - 물론 애당초 솔잎이 저절로 길어진다는 말은 ‘뻥’이었다. 하지만 그 애는 자신의 솔잎이 길어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이빨로 솔잎을 미리 잘랐던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명백해졌다. 그는 꾀를 부렸지만 제 꾀에 당하고 말았다.

한국은행의 홈페이지(www.bok.or.kr)에 가면 제일 첫 페이지에 “신뢰받는 중앙은행”이라는 슬로건이 나온다. 마침 바로 그 옆에는 최근 단행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알리는 내용도 같이 있다. 그냥 평범하게 생각하면 아무 일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왠지 ‘신뢰받는 운운’하는 것이 되레 ’제 발 저린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원래 슬로건이라는 것은 지금 잘 안 되는 것을 골라 그것이 잘 되도록, 목표를 설정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일 터. 한국은행의 신뢰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한국은행 스스로도 그렇게 확고하게 믿는다면, 굳이 홈페이지 대문에다 ”신뢰받는 중앙은행“이라고 써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척하면 척”이라는 말이 유행되는 즈음에, 어찌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이빨로 잘근잘근 솔잎을 자르던 그 아이 생각이 난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이거 내가 말을 너무 순하게 했나?”라고 생각했다. 내 딴에는 매우 비관적이고, 하락추세 일변도로 전망한다고 했는데 받아들이기에 따라 그게 아닐 수도 있었겠다. 여하간 내 의도는, 그리고 현 시점에서 시장의 추세를 보는 관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하락세’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코스피지수의 하락세는 참담하다. 지난주 내내 지수는 밀렸다. 급기야 지수는 이제 1,800선으로 내려설 태세. 지난주 금요일(10월17일)에 1,900선을 종가기준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였으나, 이미 장중에 1,900선이 무너진 마당에 마감가가 1,900 이상이라고 하여 무슨 의미가 있을꼬. 지수 1,900이 무너졌을 때, 연합인포맥스에서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을 대상으로 긴급 의견조사를 하였다. 이들은 대체로 현재 주가 하락세는단기적으로 너무나 과도하며, 그런즉 1,880~1,900이 바닥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하지만 곰곰 씹어보면 ‘어디어디가 바닥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전망’일까 의심스럽다.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혹시 그게 ‘희망사항’은 아닐지 모르겠다. 센터장들은 1,900 이하가 되면 PBR 1배에 근접한다는 것을 바닥의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요즘 내내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PBR을 모르는 것은 아닐 터. 그들은 왜 헐값임에도 팔고만 있는 걸까? 바보인가?

물론 기술적분석 차원에서 지지선을 설정할 수는 있다. 하락세의 와중에 지지선을 모색하는 일 자체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니 그저 ‘호기심’ 차원에서나마 살펴본다. 기술적분석의 기본원리에 따르면 전저점에서 지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원리에 의할 때 1,885, 1,840 정도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거기에 덧붙여 매끈한 숫자(round figure)로서 1,900이나 1,850 등도 지지선의 후보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재의 추세는 명백히 하락세이고, 그 끝은 알 수 없다. 바닥을 찾는 일은 위험하며 지지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그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현 상태에서 우리가 고작 기대하는 것은 하락추세의 와중에 주가가 더 밀리다가 어느 정도 위치에 이르면 제 스스로 지지선을 만들고 반등하는 일밖에는 없다. 그게 어느 시점일지, 혹은 어느 수준이 될지는 모르는 일.

지금에야 하락세의 광풍이 빨리 그치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 외에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을까.

(달러-원 주간전망)

110엔 위로 치솟던 달러-엔이 106엔대로 주저앉았고, 유로-달러 역시 1.25 수준이던 것이 1.27 언저리로 좀 올랐다. 달러 강세 일변도이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이번 달에 있을 FOMC에서 당장에라도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할 것 같았는데 시장은 뭔가 변화의 낌새를 눈치 챈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기조가 주춤거리면서 달러-원 환율도 상승 일변도에서 숨고르기 모드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래보았자 어차피 상승추세.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상승세라고 할지라도 잠시 주춤거리거나 조정국면이 나타날 수 있는 법. 이는 지난주에 주장하였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환율의 최근 움직임을 살피면 크게 오르고, 며칠 횡보하고, 그러다가 또 위로 쑥 빼 올리고, 다시 주춤거리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따라서 지금이야 환율이 잠시 조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순서’에 의한다면 조만간 다시 큰 폭의 상승세가 나타날 참. 이는 그저 단순한 ‘순서’가 아니다. 패턴인 게다.

일목균형표의 시간론에 의할 때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10월20일, 21일)이 각각 변화일로 예정되어 있다. 역시 변화일이었던 10월6일에 환율이 장중 1,074원까지 치솟고 극적으로 추세반전이 나타났듯이 이번에도 뭔가 큰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다. 그 방향이 어느 쪽일지 확실히 따지려면 의당 변화일 이전과 이후의 움직임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가능성으로 본다면 하락/조정국면에서 다시 상승세로의 변화가 나타날 공산이 높다.

달러-원이 오른다면 의당 1,074~1,075원의 저항선을 돌파하는지가 관건일 터. 그동안 서너 차례의 시도에서도 뚫리지 않았기에 그만큼 저항선은 튼튼해 보인다. 다만, 아무리 강력한 저항선일지라도 일단 돌파되면 되레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법. 일목균형표 모든 괘선이 상승추세를 말하고 있으니 여세를 몰아 이번에는 저항선을 넘어서리라 예상해본다. 나야 여전히 ‘롱’ 포지션을 주장한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달러 매수전략이유망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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