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지난 2월 대우건설은 작년 영업손실 1천100억원의 사업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한달만에 손실규모를 2천447억원으로 대폭 늘려 정정공시했다.

지난해 대규모 어닝쇼크를 낸 이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건설회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투자자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신용평가업계도 건설회계 문제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국신용평가가 건설업체의 대규모 손실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먼저 파악해야 하고, 과거 재무제표보다 미래의 회복가능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10월10일 송고한 "한신평이 달라졌어요"…건설업종 '군계일학' 대응 참고>

문창호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본부장(이사)는 2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등급평가는 세가지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는 "첫째 펀더멘털(기초체력)이다. 산업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은 반영하지 않겠다"며 "둘째 단순회계보다 트리거(Trigger)를 중심으로 포워드루킹(미래관점시각. Foward Looking)을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과 그룹을 매트릭스로 평가하는 체계를 완성해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춘성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건설부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건설사는 내년에도 국내주택과 해외플랜트 문제가 일정부분 지속될 것"이라며 "특정시점에 따라 흔들리는 내용이 아닌, 평가결과를 사전에 제공하는 포워드루킹 프로세스를 밟겠다"고 설명했다.

<문창호 이사(왼쪽)와 박춘성 실장(오른쪽). 한신평 제공>

 다음은 문창호 이사·박춘성 실장과의 문답이다. 


--한신평이 한국기업평가나 나이스신용평가와 비교해 등급평정이 늦다는 얘기가 있다.

▲(문). 그렇지 않다. 동양그룹을 예로 들겠다. 지난 2012년 10월 동양그룹 관련 내부 세미나를 열고 이후 약 1년동안 ㈜동양과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등의 등급을 하향조정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STX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는 2002년부터 매년 중요그룹에 대한 분석회의를 갖는 등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덕분이다.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그룹실을 신설했다. 그룹단위로 분석을 강화하고 산업과 그룹 관점에서 평가하는 매트릭스(Matrix) 분석을 시작하며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작년 잇달아 어닝쇼크를 냈던 건설업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어떤 과정에서 등급조정이 진행됐나.

▲(문). 대량부실을 회계로 인식할 경우에 먼저 이 내용이 익스페티드(예고된. Expected)한 것인지, 언익스펙티드(예상치 못한. Unexpected)한 건지 판단한다. 익스펙티드 관점에서는 업체 뷰에 크게 이격될 때만 등급조정이 이뤄진다. 반면 등급이 즉각적으로 내려가려면 언익스펙티드 수치가 재무적으로 벌어질 때다. 그런데 언익스펙티드 숫자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개별 현장 문제인지,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인지 등 포워드루킹 해봐야 한다. 재무제표 등 백워드루킹(과거관점시각. Backward Looking)도 중요하지만, 우리 본분은 결국 포워드루킹이다.



--건설업체에 대한 포워드루킹은 어떻게 이뤄지나.

▲(박). 레이팅액션(등급평정)과 연계된 부분에서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불현듯 나타나는 숫자가 아닌 근원적인 고민을 한다. 부실이 생겼는데, 기술력과 영업상의 문제냐 일시적인 거냐 등이다. 치유할 수 있다면,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 등 기간을 부여해준다. 대응방안이 단기적이더라도 충분히 얘기를 듣는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이 미리 부실징후를 알아야 되는데 몰랐던 부분이 있다.



--등급평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선인 트리거(Trigger)를 제시했다.

▲(박). 건설업체의 매입채무와 운전자금 부담, 매출채권은 많고 공정은 별로인 경우, 또 수익은 잡혀있는 등 여러 부실 요인들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숨어있는지 분석했다. 이러한 내용을 트리거에 녹여냈다.

(문). 오해가 있는데, 트리거는 오토매틱한게 아니다. 트리거대로만 한다면 신평사 역할은 없다. 트리거는 오피니언을 내기 위한 자료일 뿐이다.



--콕 짚어 대림산업을 논해보자. 트리거에는 괜찮았지만 'AA-'에서 'A+'로 등급이 한계단 내려갔다.

▲(박). 수익성 관점에서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건설회계는 일반적으로 부실총량이라는 본질은 있는데 한꺼번에 털면 3~4천억씩 빠지고 그렇지 않으면 1~2천억씩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사업은 합리적인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직접 가도 모르고 후행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국내 주택은 현장과 공사비, 인근시세 등을 알기때문에 합리적인 부실을 추정할 수 있다. 대림사업에 대한 포워드루킹을 했더니 해외에서도 추가 부실이 나왔다. 국내도 생각보다 많은 부담이 있는 등 중기적 관점에서 'AA-'에 합당한 턴어라운드는 어렵다고 봤다.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주제를 바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문). 유동성이 넘쳐난다. 단기적으로 부동산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가변적이다. 소프트랜딩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상 부동산은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버블로 갔다. 자산효과가 생겨서 경기살리는 효과까지만 갔으면 좋겠다.

(박). 생각이 조금 다르다. 현재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안착된 모습이 아니다. 수급이나 펀더멘털 개선은 없다. 일시적인 정부 정책적 요인이 강하다. 인위적인 가격이 상향 추세가 되려면 안착이 돼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책효과가 갈 수 있다. 문제는 정책에서 쓸 수 있는 건 다 썼다는 데 있다. 기대심리의 인위적인 폭이 클수록 하락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용등급에서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인가.

▲(문). 세가지다. 첫째, 펀더멘털이다. 해운과 건설, 철강, 조선, 그룹 등 모든 사안에 적용된다. 산업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은 반영하지 않겠다. 결국 남는건 펀더멘털이다. 둘째, 과거의 단순회계 실적보다 트리거를 중심으로 포워드루킹을 보겠다. 셋째, 산업과 그룹을 매트릭스로 평가하는 체계를 완성하겠다.

(박). 건설업계는 올해까지 해외플랜트와 국내 부실이 주요 이슈였는데, 내년에도 일정부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부실 숫자보다는 본질적인 분석을 계속하면서 특정시점에 따라 흔들리는 내용이 아닌, 결과를 사전에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밟겠다.



--금융당국이나 업계 등에 하고 싶은 말은.

▲(문). 신평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독립성이다. 모회사인 무디스(Moody's)와도 평가방법은 공유하지만 등급평정은 일절 관여가 없다. 등급은 산수가 아니다. 오피니언이다. 그룹이라든지 특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이슈 등에 최대한 독립성을 가지는게 절대 과제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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