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 대로 내려설 수 있을까. 채권시장은 금리 수준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등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지만 오버슈팅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데 따른 착시효과가 있지만 이주열 총재 등의 발언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명분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기준금리 추가 인하 '착시효과'

채권시장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가장 강력한 뒷배로 생각하는 부분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17일국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기준금리 2%와 지금의 2%는 큰 차이가 있다"며 "2008년 당시에는 물가가 상당히 높았지만 지금은 물가도 1% 수준으로 건국 이후 최저다"고 강조했다.

최부총리의 발언은 GDP갭이 마이너스인 디플레이션 갭이 있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주열 총재도 마이너스 GDP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데는 최부총리와 인식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5일 25bp 인하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인 연 2.00%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총재는 지난 15일 금통위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을 3.9%보고 있지만, 올해 성장률을 4%로 봤다가 계속 낮춘 탓에 마이너스 GDP갭이커졌다"며 "마이너스 GDP갭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적정 균형 수준으로 회복시킬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연 2.0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 이주열 총재 "두차례면 충분"

그러나 이총재는 같은 날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가 없다는 시그널도 분명히 보냈다.

이총재는 "두 차례 인하하고 난 2%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금리 인하가 실물에 효과를 미치는 시기는 빨라야 6개월이다"고 말했다.

이총재가 자본유출에 대해서 우려한 대목도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을 희석하는 재료로 읽혔다. 그는 "대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도 걱정할 단계가 됐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 이총재 가계부채 증가 주범 내몰린 기억

전직 한은 고위관계자들은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내몰린 아픈 기억이 있다는 점을감안하면 추가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2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석동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려면 총유동성 관리가 적절해야 한다"며 한은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맘때이총재는 부총재로, 장병화 부총재는 부총재보로 한은에 재직하고 있었다. 이총재 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내몰릴 수 있다는 트라우마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총재 등은 전임 총재들이 가보지 않은연 2.00%의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언젠가 불거질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가계대출은 기준금리를 25 bp 인하한 8월 이후 11조원 가량 늘어나는 등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가계부채1천조원의우리나라 경제를해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수치다.

이제부터 이 총재가 완고한 스탠스를 강조하더라도 놀란 일이 아닌 듯 하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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