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의 국장 이상 간부들이 확 젊어졌다. 금융감독원 간부들, 정확히 말해서 은행감독원 출신 간부들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은을 부러워하는 시선도 감지된다.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은 원래 한 식구였다. 1998년 한은법 개정안의 시행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 은행감독원과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한은은 은감원을 떼어내야 했다.

한은과 금감원으로 나뉜 한은 입행동기들은 남모르는 경쟁에 들어갔다. 급여와 승진, 근무 여건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비교 대상이 됐다.

급여 수준은 대체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은이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금감원으로 간 직원들도 불만이 많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빠른 승진 체계가 부족한 급여를 채우고도 남았다.

한은출신 금감원 직원은 친정에 남은 입행 동기들보다 팀장과 국장 승진이 보통 2~3년 앞섰다.

금감원은 승진이 빠른 만큼 퇴직도 빨랐다. 소위 '55세 조기정년'이란게 일반화됐다. 하지만, 은퇴의 개념은 아니다. 임원 승진을 못 한 국실장급 인사는 우리 나이로 55세 정도면 보직을 후배에 넘기고 금융회사 감사나 각 협회 임원 등으로 재취업했다. 정년을 채우는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급여는 금감원 재직 때보다 배 이상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다. 입행 동기들이 금감원에서 국장으로 승진해 잘 나가는 동안 팀장이나 차장급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년은 보장되지만, 퇴직 이후 갈 곳도 마땅치 않다. 금융연수원장과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 전통적으로 한은 출신이 맡았던 외부 자리도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양 기관의 입장이 많이 달라졌다. 한은에 40대 국장이 등장하면서다. 지난달 말 선임된 신운 조사국장은 65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8세다. 성병희 거시건전성분석국장은 64년생, 유상대 국제국장은 63년생이다. 서열을 중시하는 한은에서는 그동안 유례가 없는 파격 승진인사였다. 인사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격 인사에 따른 혼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금감원에서도 한은의 이번 인사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한은보다 승진이 다소 빨랐던 금감원에서조차 40대 국장 발탁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재취업 제한 강화에 따라 금융회사 감사로 가는 것도 사실상 차단이 된 터라, 욕 덜 먹고 승진도 빨라진 한은 동기들이 부러운 처지가 됐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은 출신의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으로 옮겨오고서 그동안 한은 동기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아왔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한은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의 승진 인사가 금감원과 비교해 늦었던 것은 오랜 인사적체의 이유도 있었다.

한은 관계자는 "1978년에서 1982년 사이에 입행한 분들이 지난 10년간 주요 보직국장과 임원 자리를 도맡아 오면서 결과적으로 극심한 인사적체 현상이 빚어졌다"며 "이번 파격 인사로 내부의 혼선이 있기는 했지만, 젊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조직 전체로는 잘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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