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하나SK카드가 외환은행 카드부문을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보다는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잃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국민은행이 카드 자회사와 은행 카드 부문을 통합한 후 장내 입지가 약화된 사례가 이런 관측의 근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SK카드는 전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정해붕 전 하나은행 부행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오는 26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정 사장의 최대 현안은 외환카드와의 시너지 창출 문제다. 그룹 수뇌부들과 함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도 참여해야 한다.

그간 금융권에선 하나SK카드가 외환은행 카드부문과 통합되면 경쟁사들을 위협할 존재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5.7%에 불과하지만, 외환카드 3%를 더하면 9% 수준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러나 브랜드 단일화 등 양사 간 급격한 물리적 통합은 고객관리 측면에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SK카드의 회원수는 464만명, 외환카드의 회원수는 356만5천명이다. 하나SK카드 사용자는 주로 젊은 층, 생활밀착형 카드 이용자들이고, 외환카드는 오랜 기간 외환카드를 써 온 충성도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 고객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숨에 브랜드를 하나SK카드로 단일화하고, 하나SK카드 고객군을 대상으로 한 영업정책을 펼치면 외환카드 고객들이 상당수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국민은행의 사례가 이런 관측의 근거다.

국민은행은 1987년 카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 900만명 수준으로 고객을 늘렸다. 2001년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서 은행 카드고객 500만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중복고객을 제외해도 고객 수가 1천200만명 안팎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그러나 카드 자회사와 은행의 카드 부문을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은행 카드부문의 고객수가 60만명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작년 말 현재 KB국민카드의 회원수는 1천77만명이다. 10여년 전 고객 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민은행의 카드부문 통합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 정해붕 하나SK사장은 앞으로 통합의 필요성과 시점, 방법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승유 하나금융 전 회장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는) 당분간 따로 있을 것이다. 당장 합병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업무를 같이한다든가, 가맹점을 같이 사용하게 한다든가 마케팅 프로모션을 같이 한다든가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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