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법원이 권한을 남용해 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이었던 ㈜파이시티·㈜파이랜드를 파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월호 사건 이후 법정관리 기업에 예전 경영자는 참여하면 안된다는 법원의 내부 공감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전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업이라는 부담도 있었다.

특히 법원이 파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개인명의를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법원의 '초법적 권한남용'이 도마위에 올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일 ㈜파이시티·㈜파이랜드의 파산신청에 관한 사건(사건번호 2014하합158·159)이 접수됐다.

신청자는 법정관리인 명의였지만, 취재결과 관리인 또는 시행사 ㈜파이시티·㈜파이랜드가 직접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관리인인 이 모씨는 "내가 파산신청서를 내지 않았다"며 "관리인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제3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명의로 파산신청서가 올라와있다. 출처: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http://www.scourt.go.kr)>



전일 이 같은 내용이 현대백화점 등 무담보 채권자에게 알려지자 이들은 즉각 반발하며, 이의신청서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신청에 의한 파산결정이 아닌 직권파산으로 우회해 이날 결정문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펌의 한 회생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직권파산 결정이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이 그렇다면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오류'로 파산신청서가 잘못 올라간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재권 제3파산부 부장판사는 "대법원 홈페이지에 법정관리인 명의로 파산신청서가 올라간 것은 전산상의 오류"라고 언급했다.

현대백화점 등은 이같은 위법한 행위를 근거로 파산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파산정지신청을 늦어도 오는 23일까지 내기로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의도적으로 파이시티의 파산을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도 진단했다.

지난달 중순 파이시티㈜ 회생계획안 인가결정이 취소되면서 ㈜파이시티·㈜파이랜드 전 회장의 지위가 복귀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예전 경영자는 회생절차에 참여하면 안된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청탁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사회적 관심이 있었던 사안이라 법원이 서둘러 정리하고 싶어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권 부장판사는 "법적근거에 따라 직권파산 결정을 내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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