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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는 이른바 '땅 따먹기 게임'이다. 공격팀은 4차례 공격권을 가지는데 그 안에 10야드 이상을 전진하면 공격을 이어간다. 그리고 계속 공격하여 마침내 상대방 진영(축구로 말한다면 ‘골’)에 볼을 가져다 놓으면 득점(터치다운)이다. 물론 4차례의 시도에도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면 공격권이 넘어가는데, 이때 공이 있는 위치에서 상대방의 공격이 시작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즉 자신의 진영 부근에서 시작된 공격이 실패하면 자칫 코앞에서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내주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래서 공격팀은 제대로 전진하지 못하여 공격이 실패할 공산이 높다고 판단될 때, 공을 상대방 진영으로 멀찌감치 차버린다. 이를 ‘펀트’라고 한다. 일부 미식축구 팬들은 펀트가 게임의 박진감을 잃게 하고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간주, 이를 없애자는 과격한 주장도 한다.

미식축구 룰 이야기가 딱딱할지 모르겠다만 사실 지금부터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떤 통계학자가 미식축구 경기의 데이터를 꼼꼼하게 살피고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미식축구팀들이 4번째 공격에서 펀트를 시도하는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식축구에서 공격기회를 3번만 갖도록 룰을 바꾼다면 펀트가 사라지리라고 ‘예측’하였다. 정말 절묘한 발상 아닌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펀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주어진 기회에서 3번을 실패하였으니 결국 4번째 공격에서 펀트를 하는 것. 펀트를 없앤답시고 4번째 공격을 없애면 펀트가 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공격기회가 3차례만 주어지므로 공격팀들은 2번의 공격이 실패하면 남은 마지막 3번째 공격에서 펀트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통계학자가 발견한 것은 ‘팩트’였지만 그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데이터를 면밀하게 살핀다고 하여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 5년 동안 한국은행의 전망이 맞아떨어진 경우는 단 1번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행 나름대로 애로가 있을 터. 하지만, 온갖 기초 데이터를 잔뜩 가진 우월한 위치의 한국은행인데도 전망의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면 행여나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엉뚱한 미식축구 경기 분석을 내놓은 통계학자처럼, 한국은행 역시 데이터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으나 혹시 거기서 엉뚱한‘팩트’를 뒤적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준금리를 2.0%로 인하하였다. 나 같은 보통사람의 수준으로는 성장률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수치가 과연 금리인하를 정당화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설마 ‘팩트’는 제대로 보고 있겠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주가가 내내 밀리다가 지난주에는 그나마 좀 올랐다.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의당 나올만한 주장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반등’까지 하다 보니 ‘바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이들은 현재의 주가수준이 PBR 1배 수준에 근접하였다는 것을 바닥의 근거로 삼는다.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다만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PBR이 주가수준을 따지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

기술적분석의 차원에서 말한다면 ‘바닥’은 특정한 수준이기보다는 시장의 심리가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가 힘주어 주장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끔찍한 말이나 ‘데드 캣 바운스’라는 용어도 있지 않은가. 주가가 하락의 폭이 크다 보면 무엇이건 핑곗거리를 삼아서 반등하기 마련이다. 주가가 밀리다가 반등한다고 하여 바닥을 주장하기는 아직 성급하다.

일목균형표의 모든 괘선은 여전히 현재의 추세는 하락세“라고 말한다. 물론 하락세에서도 주가는 반등할 수 있는 것인즉 지난주의 상승세가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주 후반의 반등세는 이번 주에도 이어질 공산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에서도 여전히 구름과 주가와의 이격(disparity)가 크다. 이를 줄여보려는 차원에서의 반등은 가능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꼭 집어 구름과 주가와의 이격이 얼마가 되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추세가 진행되면서 주가는 서서히 구름에서 멀어지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밀고-당기고’하는 과정, 즉 이격을 늘렸다가 줄이는 일을 반복한다. 현재 구름 하단은 2,040이지만 이에 비하여 코스피지수는 최근 1,896까지 주저앉았고, 거기서 좀 반등해보았자 여전히 1,925 언저리. 구름과 100포인트 이상의 이격이 존재한다.

따라서 좀 심하게, 그리고 매우 긍정적인 전망이지만 이격을 좁히는 차원에서의 반등은 기준선이 걸쳐있는 1,980 언저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주가가 살짝 고개를 들면서 일단 MACD 등과 같은 보조지표들도 과매도권에서 ‘매수’를 주장한다. 이를 핑계로 지수는 좀 더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의 관점은 현재의 추세는 여전히 하락세라는 데에 있으므로 반등을 예상하여 매수하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등을 기다려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쪽이다.

1,950을 넘어서면 전환선도 상승하는지라 일단은 1,950의 돌파 여부가 단기적인 상승 여부를 가늠하는 관전 포인트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이번 주 후반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월말이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며, 그러면 환율은 자연스럽게 아래쪽,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다. 기술적분석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예측. 그리 어렵지 않다.

차트에서도 환율은 일단 고개를 숙였다. 이게 추세적인 하락세일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하겠으나, 여하간 방향은 아래쪽이다. MACD나 CMO 등의 기술적 보조지표들이 과열권에서 ‘매도’신호를 나타낸 지 오래. 덩달아 하락방향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앞서 코스피지수에서 언급하였던 구름과 환율과의 이격 역시 '하방'쪽이다. 달러-원 차트에서도 구름과의 이격이 컸기에 이를 줄이는 차원의 움직임은 언제든 가능하였다. 그게 환율의 하락으로 나타난 셈. 환율의 (단기적) 하락을 말하려니 여기저기서 ‘근거’들이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나는 추세에 관한한 달러-원은 상승추세라는 관점을 버리지 않는다. 해외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도 여전히 상승세이다. 달러-엔도 잠시 주춤거리더니 다시 108엔대로 올라섰으며 유로-달러 역시 하락하는 쪽(달러 강세)으로 시동을 걸 태세이다. 그렇다면 달러-원 역시 올라야 한다. 일시적인 하락이야 가능하지만 금세 상승추세를 되찾으리라 예상된다. 아무래도 ‘바이 온 딥스’ 전략을 유지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9월 하순에 환율이 급등할 때 1,040원~1,050원 사이에 상승갭이 만들어진 사례가 있다. 저항선과 지지선의 역전공식을 상기한다면, 이번에도 1,040원~1,050원이 지지선으로 작용하겠다. 1,050원 언저리 혹은 그 아래에서 나는 ‘롱’에 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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