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박종훈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인들이 엔화 약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현재 엔저를 걱정하는 이유는 과거의 나쁜 경험이 반복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라면서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가던 1995~1997년과 2006~2008년에 엔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엔저만으로 과거 두 번의 위기가 왔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국 경제는 엔저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세계경제 환경 때문에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SC 은행이 지난 21일 낸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박종훈과 에디 청 이코노미스트가 참여했다.

SC 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으며 엔화 약세가 한국의 수출과 주가지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에디청(왼쪽)과 박종훈(오른쪽) 이코노미스트>

 

다음은 박종훈(이하 박)과 에디 청(이하 청)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보고서에서 엔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을 언급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요인을 꼽는다면.

▲(청) 딱 하나를 꼽기 어렵다.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 일본과 한국 경제의 상황 등 여러 요인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또 최근 환율시장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박) 일단, 엔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엔저가 더 진행되면 엔화 가치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기대가 변해 일본 기업들의 전략이 변할 수 있다. 아직은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아서 우리가 일본 기업들과 경쟁을 지속할 수 있지만, 일본 기업들이 엔화가 더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로 수출 가격을 낮추면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청) 엔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구분해야 한다. 엔저는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투자심리를 약화시켜 한국 주식시장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 한국 당국이 엔저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정책에는 무엇이 있나.

▲(박) 한국 정부가 엔-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엔화와 원화는 달러를 통해 거래되는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한국 당국이 엔화 가치를 직접 통제하긴 어렵다.

한국 당국은 수출 기업들에 엔화 환 변동 보험을 제공하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등 미시적 정책을 펼 수는 있지만, 거시적 정책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 기획재정부가 수출 기업들에 보조금 주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박) 맞다.

-- 기업에 보조금 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차라리 환율에 하한선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박) 엔-원은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한국이 엔-원 하한선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달러 가치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과도 무역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 때문에 달러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

(청) 보고서에서 언급한 유로-스위스 하한선 사례는 엔-원과는 조금 다르다. 스위스는 이미 기준금리가 0%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 또 유로존은 스위스 최대 무역상대국이었던데 반해 일본은 한국의 세 번째 무역상대국이다.

-- 과거 엔화가 약세를 나타냈던 시기인 1995~1997년과 2006~2008년은 지금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가.

▲(박) 우리가 현재 엔화 약세를 걱정하는 이유는 과거의 나쁜 경험이 반복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엔화는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가던 1995~1997년과 2006~2008년에 약세를 나타냈었다. 과거 한국 경제가 악화한 이유는 엔화 약세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및 세계경제환경 때문이었다. 엔화 약세가 당시 한국 경제 부진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엔화 약세가 과거 두 번의 위기를 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청) 1995~1997년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진입하던 시기다. 당시 여러 아시아 통화가 절상됐었으나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 엔저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 지금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유럽 경제 전망을 확신할 수 없다. 당시와 지금은 세계 경제 여건에 차이가 있다.

2006~2008년은 유로존 부채위기로 향하던 시기다. 이 시기는 특이한 점이 엔화가 위험 기피 분위기 속에서 약세를 나타내 엔화 언와인딩이 많이 일어났다.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도 상황이 더 나빴다.

지금은 달러 강세 기조가 엔저의 동력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에 금리를 올리면, 엔-원 환율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청)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엔이 오르는데 이것이 엔-원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복잡하다. 장·단기로 나눠서 보면, 단기에 엔화의 추가 약세로 달러-엔이 내년 중순에 115엔, 달러-원은 내년 하반기에 1,090원을 나타낼 것이다.

최근 달러화 강세는 주요 10개국(G10)의 부진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와 경상적자가 감소하는 등 펀더멘탈 요인이 개선되는 점과 셰일 가스 붐 역시 달러 강세 요인이다. 이것이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우선 금리가 오르면 달러- 아시아 환율은 즉각적 심리적 반응으로 오를 것이다. 이후 어디가 성장하고 있고, 어디가 경상흑자를 기록하는지 등 국가별 펀더멘탈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세 번째는 유가의 영향이다. 낮은 유가는 한국 같은 일부 동북아시아 국가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한편으로는 달러-엔 상승으로 인한 수출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유가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달러-원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Fed가 내년 6월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 앞서 미리 달러 강세를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금리가 오르고 나면 달러가 G10과 아시아 통화 등에 하락할 것이다.

-- 아베노믹스는 성공할까. 엔화 약세 기조는 얼마나 지속할까.

▲(청) 아베노믹스를 세계 환율시장의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엔화 약세의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은 양적·질적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은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금리 인상을 논의 중이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반적인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달러-엔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의 성장 동력 자체가 그렇게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워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더 지속할 위험이 있다. 우리는 달러-엔이 2015년에 115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엔화 약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굳이 지금 시점에 엔저 보고서를 쓴 이유는.

▲(청) 달러화 강세 등 거시 경제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달러-엔이 더 많이 올랐고, 최근 한국에서도 엔-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했다. 한국의 성장동력이 약화한 만큼 엔-원 약세는 한국 경제에도 추가적인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해 묻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앞으로 엔화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 공동 보고서를 쓴 점이 흥미롭다. 공동 작업을 자주 하나.

▲(박) 그렇다. 나는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에디 청 이코노미스트는 거시적 분석을 바탕으로 환율 등을 예측한다.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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