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세상에는 ‘알려진, 알려진 것(known-knowns)’이 있다. 또한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known-unknowns)’이 있다. 아울러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unknown-unknowns)’도 존재한다. 미국 국방장관을 역임한 럼즈펠드의 말이다.

언젠가 이 자리에서 인용한 바도 있는데, 혹시 그의 말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하여 간단하게 해석을 붙인다면 이렇다. ‘알려진, 알려진 일’이란 예컨대 커브 길처럼 우리가 그게 무엇인지 아는 위험이다. 커브 길을 직선으로 달리면 도로를 벗어나는지라 운전자라면 누구나 핸들을 돌려 대비한다. 대처하기 쉽다. 둘째로, ‘알려진, 알려지지 않은 것’이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다. 이를테면교통사고같은 것이다. 언제 사고가 날지 미리 안다면 당연히 그 시간에는 운전하지 않을 터. 그러나 우리는 사고가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여 대비한다.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 가장 어렵다. 우리가 전혀 모르는 위험이다. 심지어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므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다. 9·11 테러야말로‘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의 대표적인 사례다. 아무도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마치 미사일처럼 빌딩에 부딪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이미 저장된 정보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인지심리학에서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쉽게 떠오르는 기억이나 정보가 대상의 발생빈도나 확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판단이나 예측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원주의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그의 의견인즉 요즘 주가가 2,050 위쪽으로 잘 올라가지 못하지만, 2,000 아래로도 잘 하락하지 않고 용케 버티는 것으로 미루어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딴은 그렇다. 현재의 시장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외국인들이 무리지어 한국증시를 빠져나가거나 주가가 폭락하는 식의 ‘참사’는 가능성이 작다. 물론이다. 나도 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하지만 알다시피 금융시장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 난무하는 곳이다. 따라서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달랑 현재의 정보만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식한 용어를 빈다면 우리 스스로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에 빠져드는 꼴이다. 하긴 나 스스로 매주 예측이랍시고 글을 쓰고 있으니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만.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그럼에도 예측은 예측인지라 이번 주 시장을 생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여 내 주장은 지난주와 다르지 않다. 여전히 적극매수는 내키지 않고 그냥 엉거주춤, 어정쩡한 상태로 시장을 관망하자는 것이 내 의견이다(원주의 지인도 이게 답답하여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렇게 주장한 이유도 지난주, 혹은 그 지난주에 다 밝혔다. 반복한다면 최근에 주식시장 거래량이 도무지 부진하다는 점, 스토캐스틱 등의 단기 기술적지표가 매도신호로 돌아섰다는 것, 아울러 최근에 부쩍 차트에 음선이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 등이 적극매수 목소리를 움츠리게 하는 근거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는 상승보다는 조정을 염두에 둔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시장에서의 소위 ‘대장주’는 애플이고 우리나라에서의 대장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삼성전자이다. 요즘 삼성전자의 독주는 정말 눈부시다. 시가총액 비중도 커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는 것만으로도 코스피지수가 들썩일 정도.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 아닌 다른 종목들은 소외되는 느낌도 든다. 어쩌면 우리나라 시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아닌 모든 주식’의 두 집단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차트가 요즘 수상하다. 지난 3월20일, 127만7천원의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날, 차트에 도지(doji)가 생겼다. 상승세의 막바지에 나타나는 십자 모양의 도지는 자칫 저녁별(evening star)이 될 위험이 있다. 또한, 코스피지수처럼 삼성전자의 차트에도 단기 기술적지표는 매도신호로 돌아섰다. 그런데 미국의 대장주 애플의 차트도 유사한 모습이다. 지난 3월21일에 609.65달러의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이후주춤거리고 있다. 그리고 3월21의 차트는 묘비석(gravestone)의 패턴으로 보인다. 묘비석 역시 상승세의 막바지에 나타나는 모양이다.

조정을 의식하다 보니 어쩌면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정을 주장하는 나 역시 낙관론자이다. 시장의 장기추세는 상승세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오히려 조정을 기다려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조정을 말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 어떤 선물회사의 달러-원 분석보고서를 보니 제목이 “구름대가 막고 있는 1,130원”이었다. 보나 마나 일목균형표 이야기일 게다. 차트를 보면 1,130원 위쪽으로 마치 장마철 먹구름처럼 시커먼 구름대가 버티고 있다. 구름대 하단은 1,130원이고, 구름대 상단은 1,160원 언저리인지라 구름의 두께는 무려 30원가량이나 된다. 너무나도 두꺼워서 도무지 뚫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반면 아래로도 지지선은 확고하다. 3월초 이후 달러-원은 1,120원대를 내내 횡보한지라 그만큼 촘촘한 지지선을 만들었다. 아래로 잘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는 막혔다면 이번주 달러-원의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내내 횡보할 참.

다만 가능성으로는 아래보다는 위쪽 확률이 높다. 비록 구름은 두껍고 도저히 돌파할 엄두는 나지 않으나 그래도 최소한 구름 안에서 이리저리 비집고 올라서려고 할 공산이 높다. 왜냐하면, 전환선-기준선이 호전된데다 후행스팬도 26일전의 환율로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구름 아래쪽이기에 전체적으로는 상승추세라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여하간 상승하는 방향으로 몸부림은 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로야 1,120원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기에위쪽만 신경 쓰면 된다. 지난주에 1,130원 구름 하단은 넘어섰고, 지금은 구름 안쪽. 어디까지 상승할 것이냐가 관심이다. 글쎄 대략 1,140원 언저리라면 최대한이 아닐까?

솔직히 위로 저항선도 잘 안 보이고 더구나 구름의 안쪽인지라 또렷하게 상승 목표를 정하기도 어렵다. 그냥 두루뭉수리 상승세라고 해두자. 이번 주는.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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