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권 내부의 핫 이슈를 꼽으라면 `KB사태'로 비화된 KB금융그룹의 상황이다.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지주회장과 행장의 책임 공방은 금융지주사 구조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사태의 내용은 간단하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전산시스템 교체결정의 책임을 놓고 상호 공방을 벌인 게 전부다.

우여곡절 끝에 회장과 행장 모두 퇴진하고, 은행 내부 출신의 새 회장이 선출되면서 사태는 일단락 국면을 맞고 있다.

29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사실상 임명이 확정될 윤종규 회장 내정자는 선출 일성으로 "'KB사태'로 훼손된 내부 화합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KB사태'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임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KB금융 임직원도 어려운 기간에도 묵묵히 업무에 매진해줬다"고 덧붙였다.

조직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각오는 인상적이면서도 힘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경제활동 인구에 맞먹는 2천800만 KB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집안 분란' 수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KB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해야할 것은 국민의 경제생활에 기간산업인 은행의 역할과 신뢰회복이자, 고객과 국민에 대한 의무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도 함께 언급됐어야하는 내용이다.

`'KB사태'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임직원'을 먼저 운운한 것은 밖에서 KB를 보는 국민과 고객에 대한 시각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가 없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상처를 받은 임직원보다는, 신뢰가 추락한 국내의 대표적인 소매은행을 오늘도 이용하고 있는 수천만 고객의 마음부터 헤아렸어야 한다. KB사태를 묵묵히 참아준 건 내부 은행 직원들이 아니고 은행의 모든 고객이기 때문이다.

지주와 은행에 포진한 이사회의 역할도 문제다.

KB사태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될 동안도 이사회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자발적인 수습의 태도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KB 노조는 어떤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를 표출하고 환영한 것은 괜찮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내부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이로 인해 주주와 고객이 뒷전으로 다시 밀린다면 이 역시 경계할 부분이다.

추락한 대표 은행의 위상과 수천만 고객의 신뢰를 동시에 회복하는 리더십을 윤 내정자에게 기대해 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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