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대형주들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책임경영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는 표면적 이유 이면엔 '주가 부양책'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숨어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사주 32만9천627주를 이날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장내에서 취득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2천6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다.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 라인 상장을 보류하기로 한 뒤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에 빠지면서 80만원선이 무너졌다. 연말 안에 10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난 9월 초 네이버 주가는 70만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도 2천88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 1천200만주를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7%나 급등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년 새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했다. 4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최근 2만5천원선을 기록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이달 들어 박중흠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자사주 4천600주를 장내매수했다. 지난 5월 8만8천원선에 거래되던 삼성엔지니어링의 현재 주가는 30% 넘게 급락한 5만8천원 부근에 머물러 있다.

그밖에 대우조선해양과 유안타증권 등은 꾸준한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풀이한다.

A 자산운용사 리서치 팀장은 "기업의 오너나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은 실질적인 주가 부양책이라기보다 기업의 분위기와 향후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시그널"이라며 "책임경영이란 거대담론보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더욱이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수천억 단위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확실한 주가 부양책이 될 수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지분을 늘리고, 주가 하단을 방어해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하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B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중공업의 자사주 매입의 경우 단순한 주가방어를 넘어 합병을 앞두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한 일환"이라며 "어떤 속뜻이 숨어 있든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네이버와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시점에서 기업 경영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로 이들의 향후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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