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판 추가 양적완화(QE) 정책이 서울 외환시장을 뒤집어 놓을 줄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안종범 대통령 경제수석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내놓은 금융 대책은 이웃 나라야 죽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는 엽기적인 수준이다.

일본은행(BOJ)은 4명의 금융정책위원의 반대에도 구로다 총재가 연간 60조∼70조 엔으로 계획하던 일본판 QE를 연간 80조 엔으로 확대하는 승부수를 전격적으로 던졌다.

지난주 이 정책 발표 이후 작년 10월 말 이후 107엔대에 머물던 달러-엔은 7년 만에 최고치인 113.75엔으로 폭등했다. 달러-원은 사흘간 무려 25원 가까이 올라 1,072원대로 급등했다.

이제 세계 경제는 크게 봐서 양적완화를 종결한 미국의 대척점에 BOJ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추가하는 대열에 서면서 전선이 양분될 전망이다. 중국은 제한적 부양책이라는 입장으로 크게 나뉠 것이다.

일본이 촉발한 제2차 엔저 공습은 중진국 들에 충격을 줄 것이고, 특히 일본과 경쟁국인 한국, 멕시코, 인도 등 선도중진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이들 국가는 경상수지와 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블록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말할 것도 없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큰 쇼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와 BNP파리바는 올 연말까지 또는 12개월 내에 달러-엔이 120엔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현재 6년만에 최고치인 100엔당 950원 수준인 엔-원 재정환율은 900원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파른 엔저 기조는 일본과 가장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자동차,기계,철강,IT 등 주요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에 직접 타격을 줄 것이다. 더구나 향후 일본 기업이 추가 엔화 약세를 기대하고 수출단가 인하 경쟁에 나서면 한국의 수출은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된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 변화는 '초이노믹스'의 근간이 지금까지 수출이라는 버팀목을 전제하고 수립한 국내 내수와 경기부양 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해외쪽의 대형 복병이 돌출한 국면이다.

엔저 가속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이에 따른 수출전선 타격과 자본의 유출입이 급격해지면 그동안 수립했던 확장적 재정정책, 경기부양, 공공부문 개혁 등의 모든 국내용 정책의 의미는 퇴색된다. 대신 대외균형의 관리를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지도 모를 상황을 맞게된다.

미래 전망과 현실 대응이 말처럼 쉬운 영역이 아니지만, 경제정책과 금융시장 운용도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만큼 당국자들도 '경제체질 강화와 기업의 구조개혁' 같은 태평성대에나 어울릴 식상한 메뉴를 긴급 상황에서 한가하게 반복하고 있어서는 곤란할 것 같다.

일본의 환율 전쟁 도발로 자본의 이동과 유출입 점검과 대외균형의 중심 잡기가 더 다급해진 만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달러-엔과 원-엔 환율의 방향성이 경제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대응하기 위한, 민관 합동으로 관련 비상 TF를 구성해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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