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월가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릴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ECB가 이미 지난 9월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커버드 본드 매입 등 부양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정책효과를 판단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점점커지고 있어 ECB가 '깜짝'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 부양책을 시사할지도 관심사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가 모은 ECB 회의에 대한 월가의 시각이다.

◆ 도이체방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낙관론이 많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부양책을 시행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은 이날 드라기 총재 기자회견에서 있을 법한 시나리오 세 가지다. 우선, 가장 매파적인 시나리오는 드라기 총재가 ECB가 이미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 본드 매입 등 부양책을 내놓았음을 강조하고, 추가 부양책을 시사하지 않는 경우다. 다음은 가장 가능성이 큰 경우인데,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경기에대한시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낸 뒤 필요하면 회사채 매입 혹은 장기저금리대출(TLTRO) 프로그램 조건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비둘기파적인 시나리오는 개별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히는 경우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시행될 가능성이 작다.

◆ BNP파리바

드라기 총재는 과거에도 ECB 내 매파 위원들이 반대하는 전면적 국채매입(OMT), 마이너스(-) 예금금리 등의 정책을 발표해왔다. 우리는 이번에도 ECB가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QE)를 발표하지 않더라도 드라기 총재가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져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낼 것이다.

◆ 소시에테제네랄(SG)의 세바스티안 갈리 전략가

전일 ECB 위원들이 드라기 총재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는 한 외신의 보도로 ECB가 양적완화(QE)를 시행할 가능성이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보도는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위원들도 QE를 반대하고 있으며, ECB 내 QE에 대한 논의가 격해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유가 하락으로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하락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ECB가 한 번에 QE 같은 대담한 정책을 취하기보다 조금씩 부양책 규모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 라보뱅크 바스 반 게펜 애널리스트

ECB 내에서 드라기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는 위원이 많다는 소식은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 ECB 내에서 다수 위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 소식은 ECB가 부양책을 좀 더 일찍 발표하게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우선, ECB 내 반대위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과거 이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보다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또 이들의 반대로 ECB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유로화와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경제 펀더멘탈이 악화하면 ECB 매파 위원들에게도 부양책을 시행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별로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루크 시장 전략가

드라기 총재가 지난 2012년 유로존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는 마치 모든 정책을 뜻대로 시행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처럼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다. 만일 드라기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회사채 매입 계획을 부인하면 이는 독일 측이 드라기와의 권력 다툼에서 이겼음을 뜻한다. 이는 앞으로 드라기 총재가 추가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줄일 것이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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