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국내 대학들이 경영전문대학원을 통해 전문 금융인을 양성해 내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직원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경영전문대학원은 13개 대학에 개설돼 있으며 마케팅과 경영 전략 등이 교육 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 분야 특화 인력 양성은 고려대학교 금융 MBA, 한양대학교 자산운용 MBA 과정만 눈에 띌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양적으로 금융시장에 우수 인재를 배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평가다.

일반대학원에서도 금융인력 양성을 표방하는 곳이 많으나, 실제로 수업은 학술연구자(학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수대학원은 금융 관련 수업을 하는 곳이 79개에 이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야간교육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심도 있는 교육이 어렵다. 전문 인력 양성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 금융인 양성은 일반이나 특수 대학원이 아닌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맡아줘야 하는 데 금융 교육 과정을 심도 있게 가르치는 곳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A증권사의 한 인사 담당 임원은 "국내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대부분 경영과 마케팅 전략 등을 공부한 탓에 실제로 금융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대학과 대학원의 금융부문 전공자의 금융업권 취업률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금융부문 관련 전공 대학 취업률은 2006년에서 2009년까지는 66%대로 유지하다가 2010년에 53.1%로 하락했다. 대학원 취업률은 대학보다는 높은 편이나 2009년 84.6%를 기록하다가 2010년 들어선 79.8%까지 내려섰다.







전체 금융권 직원 중 대학원 졸업자의 전공 구성은 경영ㆍ경제 42.0%, MBA 16.8%, 전산 6.2% 순으로 MBA과정 졸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을 위해서 금융전문인력 양성이 필수 불가결하지만, 여건은 미흡한 실정이다"며 "우리나라가 높은 교육 수준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금융 전문인력의 수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1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제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전문가가 전체 금융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싱가포르가 51.4%, 홍콩 43.8%, 영국 16.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9% 수준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임원은 "우리나라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전문 금융인을 양성하려면 금융상품 설계나 자금 운용 등을 담당할 고급인력과 후선 업무를 뒷받침할 인력을 배출해 줘야 한다"며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이론가 보단 실무형 인재 배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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