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잇따라 사장직을 폐지하거나 회장이 겸임하기로 한 데다, 우리금융에 이어 KB금융도 회장이 행장직을 겸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며 행장직이 한자리 줄게 됐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4대 금융지주의 회장과 사장, 행장직은 2010년 말의 12자리에서 6자리로 줄었다.

'신한사태'로 홍역을 치른 신한금융이 가장 먼저 CEO 줄이기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사이에 발생한 내분으로 신한사태가 촉발했다는 판단에 따라 2011년 3월 한동우 회장 취임과 함께 회장 바로 아래 단계인 사장직을 없앴다.

이어 KB금융이 사장이었던 임영록 전 회장이 취임하며 사장직을 폐지했다. 조직 슬림화가 폐지의 이유였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3월 조직개편시 최흥식 전 사장 퇴임으로 공석이 된 사장직을 김정태 회장이 겸임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회장이 지주사를 직접 관리하면 소통과 의사소통의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장직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사장직을 폐지하거나 회장이 겸임하는 데 이어 회장이 행장직을 겸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으로 행장을 그만두게 되면 행장을 뽑기 위한 공백 기간이 생긴다"며 "민영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은행장이 중요한 시기에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겸임 이유를 설명했다.

KB금융 역시 윤종규 회장 내정자가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행장직을 함께 맡겠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조직이 안정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며 승계 프로그램의 기초가 갖춰져야 행장직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하나금융은 주력 계열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며 행장직이 한자리 줄게 됐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원활한 합병을 위해 이미 물러난 상태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 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왕적 권력을 가진 회장들이 물러나고 실무형 회장들이 취임하며 금융지주사 사장직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며 "금융권에서 회장과 사장, 행장간 갈등이 종종 발생하는 것도 금융지주가 CEO 자리를 줄이는 이유다"고 말했다.(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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