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엔저시대에 가장 당혹스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업체는 외환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외환당국도 뒤늦게 원화를 엔화에 동조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지만 특단의 대책을 가진 것 같지 않다. 그나마 엔-원 재정환율 하락세가 100엔당 950원 언저리에서 진정된데 안도할 뿐이다.

일본은 2012년말부터 글로벌 경제의 지진아에서 모범생으로 탈바꿈하는 변신에 몸부림치고 있다. 2012년 이맘 때부터 아베 현 총리가 취임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달러-엔 환율은2년이 지난 지금무려 30% 가까이 치솟았다(절하). 도요타 등 수출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선전한 덕분에 니케이지수는 두배 가까이 올랐다. 

<엔저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일본 니케이 지수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코스피지수>

 

<2013년 1월21일 아베총리 취임식 당시89.68엔 이었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7일 115.56엔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고점 대비 100원 이상 절상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엔저에 바탕한아베노믹스가실패할 것이라는막연한 전망만 되풀이할 푼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대부분 연구소들은 엔저가 일본국채(JGB) 금리를 끌어 올릴 수 밖에 없어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일본이 결국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는 도식적인 분석에 급급했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저가 어떤 정치ㆍ 경제적 원리에서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1년6개월전 본 칼럼에서 엔저 시대를맞아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국내 어떤 경제연구소도 마땅한 보고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제 멘토로 예우하는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2012년말 발간한 '미국은 일본의 부활을 알고 있다(アメリカは日本の復活を知っている )'라는저서를 통해 무지막지한 엔저시대를 예고했다. 하마다 교수는 저서의 제목에서 시사했듯이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일본의 엔저를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G7 등 선진국들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글로벌 경제에 일본의 부활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여태까지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을 보면 일본의 엔저를 용인하는 모양새다. 그의 예견이 적중한 셈이다. 미국은 1985년 자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이른바플라자합의라는 명목으로 해 일본의 엔화를 30% 이상 절상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미국이 엔저의 가파른 절하 기조를 눈감아 준 게 엔저 전성시대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불충분한 금융정책의 결과이므로 과감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정책으로 가시화됐고 일본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있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의 일본은행(BOJ) 총재 발탁도 하마다 교수가 아베 총리에 천거한 결과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하마다 교수와 아베총리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전례 없는 양적 완화로 엔저 전성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하마다-아베-구로다 삼총사가 이끄는 일본은 일단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은수출 동력의 급격한 퇴조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이 그나마 눈에 띄는 치적이다. 가계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부채만 늘리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걱정이 앞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주말 가파른 엔저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할 것 같지 않다. 한국 경제팀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도 내년에 수직 낙하하는 위기를 맞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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