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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수능시험이 치러지는데, 수험생은 아니지만, 수학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당신은 강물을 거슬러 배를 저어간다. 강물은 시속 3킬로미터로 흐르며, 당신이 노를 젓는 속도는 강물보다 2킬로미터 빠르다. 그런데 당신은 30분 전에 모자를 강물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배를 돌려서 똑같은 속도로 노를 젓는다면, 모자를 집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당신(시속 2킬로미터)이 30분 노를 저었으니 상류로 1킬로미터 전진하였다. 반면 모자는 강물(시속 3킬로미터)에 30분 떠내려갔으므로 하류로 1.5킬로미터 흘러간 셈. 모자를 빠트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당신은 모자와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원래 당신의 노 젓는 속도는 시속 5킬로미터였으니(시속 3킬로미터인 강물을 거슬러 시속 2킬로미터로 움직였으므로) 하류로 노를 젓는다면 속도는 시속 8킬로미터가 된다. 시속 8킬로미터의 속도로 노를 저어 2.5킬로미터 떨어진 모자를 찾으면 될까? 아니다. 그 와중에도 모자는 강물과 함께 시속 3킬로미터 속도로 둥실둥실 떠내려가고 있다.

모자를 되찾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t라고 한다면, 당신과 모자와의 거리는 2.5+3t가 된다. 이 거리를 당신은 시속 8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므로 결국 8t=2.5+3t라는 방정식이 성립한다. 이를 풀면 t=0.5, 즉 30분이라는 해답이 얻어진다. 어려운가?

'아이고... 나는 수학 몰라. 어려워. 골치 아파!'라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은 빠르게 달리는 KTX 열차 안에서 기차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다. 30분 걸었을 때 불현듯 모자를 이전 객실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을 돌려 이제까지와 동일한 속도로 열차의 진행방향으로 걷는다면, 모자를 되찾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생각할 것도 없다. 정답은 당연히 30분이다. 앞서 강물 문제도 똑같다. 강물을 열차로 바꾸면 답은 쉽게 해결된다. KTX가 얼마나 빨리 달리건 혹은 강물의 속도가 얼마이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떤가? 너무 쉬워서 허무한가?

사실 이 이야기는 사고방식에서 대수학적 접근법과 기하학적 접근법의 차이를 설명하는 꽤 유명한 것이다.(<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에코의 서재>에서 인용)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보면 어렵게 보이는 문제도 이처럼 허무할 정도로 쉽게 풀린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우리가 매일같이 거래하는 시장(그게 주식시장이건 혹은 외환시장이건 상관없다)을 '달리는 기차'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 기차의 객실을 걸어가고 있다. 걷는 속도가 제아무리 빨라도 아무 소용없다. 당신은 기차 안에 있을 뿐이다. 혹은 당신이 기차의 진행방향으로 걷건 반대방향으로 걷건 역시 아무 상관없다. 당신은 여전히 기차 안에 있을 따름이다. 당신은 절대로 기차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것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팩트’다.

시장을 이겨보려고 하는가? 헛된 짓일 따름이다. 어차피 우리는 기차 안에 있다. 기차가 남쪽을 향해서 달리고 있는데, 우리가 기차 안에서 북쪽을 향해 아무리 열심히 걸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우울한 이야기겠지만 앞선 기차의 비유에서 남쪽=하락세, 북쪽=상승세로 바꾸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의미가 뚜렷해진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추세는 하락세이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주가가 내내 하락한 것은 아니다.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차’를 생각한다면 이는 달리는 기차에서 일시적으로 기차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걸어간 것과 같다. 그래 보았자 어차피 기차 안이다.

나는 종종 기술적분석에 대한 강의를 하는데, 거기서 큐스틱(Qstick), 샨드모멘텀오실레이터(Chande Momentum Oscillator), 순위상관계수(Rank Correlation Index)처럼 최근에 개발되고 복잡한 산출방식이 필요한 '최신' 지표를 설명하면 수강생들은 관심 있게 듣는다. 뭔가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터. 하지만, 이동평균법을 이야기하면 반응은 금세 심드렁해진다. 그처럼 쉽고 간단한 지표로 무얼 할 수있겠느냐는 투다. 그러나 이동평균법이야말로 기술적분석의 기본이며, 모든 지표가 이동평균에서 출발하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동평균을 무시하고는 기술적분석이 존재할 수 없다.

일목균형표 등 '어려운' 지표는 내버려두고, '쉬운' 이동평균선으로 장세를 살펴보자. 지난 금요일 기준으로 주가<5일선<20일선<60일선<120일선의 위치에 놓여있다. 기술적분석 용어로 말하여 역배열 상태이다. 5일선-20일선, 20일선-60일선 등의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지도 오래되었다. 이것은 현재의 추세가 완벽하게 하락세라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역배열 상태가 완성되었다고 하여 하락추세가 끝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 될 공산이 높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사람들은 은근히 '바닥'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1,900이 바닥이라는 둥, 혹은 이미 바닥을 보았다는 둥의 주장이 떠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거니와 시장에서 '바닥'을 운위할 때는 결코 바닥이 아니다. 그나마 투자자들이 희망을 가질 때치고 바닥인 경우는 없었다. 모든 사람이 절망감에 사로잡히고, 앞날을 비관하고, 도무지 주가가 오를 전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을 때 - 그때가 바닥이었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달러-원 주간전망)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었다. 그동안 "환율이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모범적인 답변을 내놓던 당국이었는데 이제 달라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기재부 1차관이 국회에서 "엔화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으니 말이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엔저 대응에 손 놓지 않는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말할까.

어차피 달러-원의 추세는 상승세였다. 그런데 그간 약간의 우려를 자아냈던 당국의 매도개입 가능성마저 이제 매우 희박해졌다. 결과적으로 달러-원의 방향은 더욱 뚜렷하고, 불확실성의 안개는 걷혔다. 차트야 보나마나 상승세인지라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물론 환율이건 주가건 내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작용에 반작용이 따르듯 간간이 '조정'이야 나타나겠다. 하지만, 거듭 주장해왔던 것처럼 조정을 기대하고 추세와 반대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아울러 추세가 강할 때에는 바닥이나 꼭지를 예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저 추세에 묻어서 거래하는 것이 최선.

차트를 보면 달러-원은 환율>5일선>20일선>60일선>120일선의 위치로 배열되어 있다. 정배열상태. 완벽한 상승세이다. 앞서 코스피지수에서도 강조했지만 정배열(혹은 역배열)이 완성되었다고 하여 그게 추세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배열이 완성됐으니 상승추세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현재의 관심사는 심리적 저항선의 역할을 할 1,100원을 '언제' 넘어설 것인가 정도이겠다. 다소 과격한 표현일지 모르나 현 상황에서 달러-원이 1,100원을 넘어설지 말지 ‘여부’는 관심이 아닐 터. 달러-엔이 110을 넘어 115마저 돌파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1,100원이 저항선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발상이다. 유로-달러의 경우도 1.24마저 뚫리는 형편이다. 막강한 달러 강세의 와중에 달러-원의 방향이 예외가 되리라 예상할 수는 없지 않겠나.

저항선을 점치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에휴. 의미 없다!"이겠으나, 달러-원이 1,100원을 넘어설 경우 바라보이는 것은 1,150원 정도일 뿐이다. 그 위로는 텅 비었다. 달러-엔이 110을 넘어서면서 상승 보폭을 늘렸듯 자칫 달러-원도 1,100원을 넘기면 쑥쑥 치솟을 위험도 나름 충분하다. 나야 예나 지금이나 '콜돌이'일 수밖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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