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1월11일 오늘, 중국에서는 '싱글스 데이(光棍節-광곤절, 독신자의 날)라고 청춘들이 우정과 사랑을 담아 친구나 연인에게 선물하는 날이다.

알리바바의 마윈(Jack Ma)이 처음 상업화하면서 2013년에는 전자상거래만으로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2.5배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하루에 2억5천만 건, 58억 달러의 매출이 추정된다고 한다.

지난달에 알리바바는 뉴욕증시에 상장돼 자본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4천 배의 초대박을 터트렸다.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아마존과는 달리 B To B 영역을 개척해 전 세계 비즈니스맨의 환호를 받는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류다.

불과 20년 전 마윈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하루에 15달러를 벌고자 불철주야 일하던 바닥의 인생이었다. 그의 성공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이 뒷받침하고, 개인적 끈기와 노력, 영어실력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소통과 공감 능력이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사람과의 만남과 타이밍 포착이라는 엄청난 운의 요소를 간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의 부인 장잉(張瑛)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한 친구들의 조력은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디딤돌이었다.

항저우 사범대학의 똑똑하고 매력있는 여대생이던 장잉은 친구들의 만류에도 무엇에 몰입하면 앞뒤 안 가리는 '외계인'으로 불리던 마윈과 무모한 교제에 빠졌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한 마윈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언변으로 항저우 10대 인기 영어 강사로 나름 성공해 번역회사를 차렸지만 철저히 실패한다. 이후 꽃 장사에 옷 장사까지 하며 닥치는 대로 일하던 힘든 시절, 부인은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아르바이트하며 남편을 뒷바라지했다. 아내는 회사 창업 멤버들과 집이자 사무실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할 때는 파출부 역할을 하고, 긴급 자금을 꾸어오고, 밤마다 야식을 준비했다. 그의 성공은 절반이 부인 몫인지도 모른다.

지난 2000년 이름 없던 회사를 운영하던 마윈은 IT업계의 세계적 거물인 일본의 손정의를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다. 왜소한 체격에 울퉁불퉁한 광대뼈가 돋보이는 촌스런 외모의 마윈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운명의 자리였다. 사업 설명을 듣던 손정의는 만난 지 6분 만에 투자 요청금액의 10배를 즉석에서 마윈에게 건네 줬다. 손정의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당신 같은 비범한 사람이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돈 때문에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견디는 일은 너무 힘들다."

빌 어거스티 감독의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남자 주인공은 어느 날 훌쩍 미지의 땅으로 떠나며 이렇게 독백한다.

"내 인생을 만들어온 감독은 우연(The director of my life is accidental)". 여기서 우연이란 물론 인생의 행로에서 만나는 사람(People)이라는 날줄과 시간(Timing)이라는 씨줄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마윈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보면서 현재 그의 삶에서 인과(因果)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우연이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은 신의 영역에서는 모든 게 정교하게 작동한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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