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을 의결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KB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는 KB금융 이사회가 개편의 주체로 나섰기 때문이다.

KB사태를 불러 온 과거 경영방침이 지속되거나,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이사회의 입김에 밀려 제 색깔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진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12일 중구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외이사진 거취 표명 여부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KB금융 이사회는 같은 날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결의했다.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최고경영자(CEO) 양성 프로그램 전면 개편과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재점검, 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재점검,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을 점검해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선의 대상이 돼야 할 KB금융 이사회가 역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한 세미나에서 "금융업이 고객의 믿음을 기반으로 안정적 성장을 모색하려면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건전한 지배구조가 확보돼야 한다"며 "최고경영자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사외이사와 이사회 등이 제도의 도입 취지대로 작동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KB금융 이사진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KB사태를 불러 온 과거 경영방침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은 KB사태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장이 교체돼도 임 전 회장 당시 경영방침을 이사회가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윤 내정자가 제 색깔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나 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윤 내정자가 회장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사회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며 LIG손보 인수문제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인수 건이 늦어질수록 KB금융은 LIG손보 대주주 측에 인수 지연에 따른 수십억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LIG손보 측과의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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