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작년 방한해 고려대학교에서 강연했을 때의 일이다. 한 학생이 그에게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되느냐고 질문했다. 로저스는 그 학생에게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미얀마로 가라"고 대답했다. 미얀마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얀마에 가지 못한다면 2015년 미얀마 증권거래소가 개장하면 주식에 투자하라고 그는 말했다.

로저스가 미얀마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제2의 중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맡았던 역할을 이제 미얀마가 맡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미얀마 인근의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도 '제2의 중국' 잠재 후보자들이다. 세계적인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최근 이 나라들을 묶어 '신 중국(New China)'으로 표현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저임금을 무기로 수출대국을 만들었으나, 이제 그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비대국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임금상승을 허용했고, 인민의 생활수준을 높여 소비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는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공장으로서 매력은 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공장을 찾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중국을 떠나 이들이 향하는 곳은 중국 남쪽에 있는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이다.

신중국으로 거론되는 나라들은 태국을 제외하고는 과거 공산국가였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이 나라들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의류·신발 제조업체들은 이미 이곳에 진출해 있다. 노스페이스와 노티카를 만드는 VF는 생산량의 17%를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 의류·장난감 등을 만드는 홍콩계 회사 리앤펑도 베트남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패스트패션으로 유명한 H&M은 캄보디아에서 의류제품을 만든다.

로저스가 눈여겨보고 있는 미얀마에는 세계적인 유명 회사들이 이미 둥지를 틀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포드와 제너럴 일렉트릭 등 미국계 회사는 물론, 스미토모와 미쓰비시 등 일본계 종합상사들이 진출해 있다.

베트남은 IT 생산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텔은 2010년부터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고 브리지스톤과 파나소닉, 후지제록스 등 일본 기업들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베트남은 과거 최대 수출품목이 섬유·의류였으나 지금은 스마트폰이 1위 수출품목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들었던 중국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현재 베트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와 IT 생산기지였다.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지만, 최근엔 중국 기업들도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과거엔 중국이 동남아시아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했지만, 지금은 동남아에 중간재를 수출해 조립한다는 뜻이다. 중국이 2011년까지 동남아에 15년간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후 3년간은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도 이런 산업구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도 동남아 진출 기업이 많아지면서 산업구조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을 떠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ASEAN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은 22%에 달해 중국(26%)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2013년말 기준)

신중국 영토에선 저비용에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 중국이 이곳에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공장은 원료와 부품, 중간재를 들여와 조립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은 20년 주기로 바뀌었다. 70~80년대에는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네마리 용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고, 90년대부터 2000년대에는 중국이 그 역할을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동남아시아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또 바뀌고 있는 셈이다.

(국제경제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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