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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못된 짓만 일삼는 인간에게 큰 벌을 내리기로 작정했다. 그는 사정을 면밀하게 파악하려고 프리기아 지방으로 몰래 내려왔다. 오랜 시간 걸었기에 영락없이 초라한 인간의 꼴이었다. 지친 제우스는 먹을 것과 쉴 곳을 구하려 이집 저집 돌아다녔는데, 모두 퉁명스러웠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외딴 곳의 초라한 오두막집을 찾았다. 거기에는 필레몬(Philemon)과 바우키스(Baucis)라는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가난했지만 나그네를 지극정성으로 접대했다. 제우스는 크게 감동했으나 인간에 대한 노여움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온 마을을 물에 잠기게 했다. 그러나 필레몬과 바우키스의 집은 화려한 신전으로 변했다.



제우스는 자신이 최고의 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노부부는 잠시 생각하더니 둘 다 같은 시간에 죽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소원을 들어주었다.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오랫동안 신전을 지키며 사이좋게 살았고, 그리고 한날한시에 죽었다. 이들이 죽은 자리에는 떡갈나무와 보리수가 마주보며 자라났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늘의 노여움을 받아 온 땅에 물이나 불의 큰 벌이 내려진다는 내용으로는 비슷한 이야기가 여럿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이야기에는 온 세상이 재난을 당할 때에도 살아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하느님이 심판을 내려 큰 홍수가 났을 때 ‘노아’는 방주를 만들어 물에 빠져죽지 않았으며, 음란이 가득한 소돔과 고모라성에 불벼락이 떨어졌을 때에도 ‘롯’은 천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에 이어 드디어 중국마저 경기부양에 칼을 빼든 셈. 그뿐 아니다. 미국은 진작부터 양적완화에 박차를 가했고 유럽도 이에 못지않게 통화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우리나라의 경기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이나 유럽 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면 상관없다만 과연 그런가? 경기가 좋다면 주식시장은 왜 이 모양일까?



혹시 정책당국은 금리 한번 내리고는 경기가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이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롯처럼, 노아처럼, 혹은 필레몬과 바우키스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와중에서도 문제없이 살아남으리라 믿는 것일까? 필레몬 등은 그저 재수가 좋아서 죽음을 면한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최선의 삶을 살았고 ‘선한 일’을 했다. 그게 재난을 피하는 자격요건이었다.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 혹은 심지어 나그네를 푸대접했던 사람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



설마 우리의 정책당국은 가만히 있어도 재난이 저절로 비켜갈 것으로 믿는 것은 아니리라.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과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가는 미국의 주식시장의 성황에 견주어 초라할 정도. 쥐꼬리만큼 상승하거나 숫제 뒷걸음질치고 있으니 말이다. ‘디커플링’을 운운하지만, 그거야 미국시장이 내릴 때 우리가 오를 경우에 적용되어야 좋은 일. 지금처럼 거꾸로 미국의 주가는 연일 오르는데, 우리는 되레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라면 디커플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구나 차트로 아무리 살펴보았자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답답하다.



반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주가는 지난주에도 나름 선전하였다. 지난주 월요일의 시초가가 1,941이었는데 금요일의 마감가가 1,964였으니 하락세의 와중에 그래도 지수는 꾸역꾸역(?) 상승한 셈. 여세를 몰아 상승 분위기가 더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글쎄다 그게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상승세의 앞을 가로막는 구름의 저항이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일목균형표에서 구름은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 아울러 구름의 두께가 두터울수록 저항선의 강도는 강력해질 터. 그런데 코스피지수 일간차트에 나타난 구름은 매우 두텁다. 하단은 1,950 수준이고 상단은 1,992 수준이므로 대략 40포인트 이상의 두께를 자랑한다. 물론 구름은 구름이지 시멘트 철근 콘크리트 벽이 아닌지라 난공불락, 절대로 돌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연약하고 부드러운 구름일지라도 그 두께가 만만치 않으면 그만큼 넘어서기 어렵거나 혹은 설령 넘어서더라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는 지수가 구름 멀찌감치 아래에서 반등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저항이 덜했으나 당장 구름의 하단에 바짝 붙은 상황에서는 구름의 저항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주 후반부터 지수의 상승속도가 현격히 줄어든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참. 지수는 구름의 저항을 이기지못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설 공산이 높다. 그리고 설령 지수가 상승해도 문제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수는 구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통상 구름 안에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횡보하는 경우가 잦다.



결론적으로 구름의 저항을 만날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는 지수의 움직임이 부진할 공산이 높다는 말이 된다. 이번 주에도 지루한 나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주간전망)



연일 치솟는 달러-엔 환율을 어찌할꼬? 지난주에 나는 이 자리에서 아베노믹스를 ‘바닷물을 마시는 격’으로 비유한 바 있다. 당장에 갈증을 해소한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은 결국 목을 더 타도록 만드는 자살행위라는 뜻. 마침 여기저기서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그게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닌 것 같다. 여하간 아베노믹스의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달러-엔은 더 오를 수밖에 없겠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한다면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길 것이 뻔하고, 아베노믹스가 실패하여 일본 경제가 엉망이 된다면 그 판국에 엔화가 강세가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달러-엔은 내내 상승할 운명인가보다.



차트에서도 별 다른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다. 일목균형표로 따져 달러-엔은 명백히 상승세이다. 그리고 CMO 등 다른 지표들 역시 여전히 ‘매수’만을 말한다. 이런 형편에 달러-원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겠다. 달러-원 환율도 차트로 보면 날씬하다. 군살 하나 없는 명백한 상승세. 더구나 내내 강조하였듯 1,100원이라는 저항선(심리적인 저항이 크다고 1,100원에서 달러-원의 상승세가 막히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주장했음을 기억하라)도 의미 없이 돌파된 상황이니 이제 앞을 가로막을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러-원은 일목균형표 일간차트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상승세이지만 이제 주간기준의 일목균형표에서도 확연한 상승세이다. 주간차트로 본다면 달러-원은 2013년9월 이후 내내 구름 아래쪽에 위치하였던 터. 그런데 최근 1,100원을 돌파하면서 주간기준 일목균형표마저 구름을 넘어섰다. 달러-원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꽤 장기적인 추세로 고착화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전망’이라는 것도 우습다. 저항선도 없고, 추세는 확연히 상승세이고, 달러-엔 등 대외여건도 ‘상승’을 말하고 있는데 다른 주장을 펼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지난주까지 달러-원의 상승세가 꽤 오래 진행되었고 구름과의 이격이 커졌으니 약간의 조정은 기대할 수 있다. 구름과의 이격조정은 늘 나타나는 법이다. 그럴 경우 1,100원대 언저리에서 지지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지겹지만 나야 항상 ‘콜돌이’이다. 조정이 나타난다면 달러를 저점에 매수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니겠나.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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