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회사가 망할 때는 대개 사전에 이상한 조짐들이 먼저 나타난다. 이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이는 회사 문앞을 지키는 경비원이다. 평소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회사를 들락거리고, 밤늦게 오너가 회사에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긴장감과 분주함을 느끼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탄광속의 카나리아도 같은 맥락이다. 탄광속에 카나리아를 넣고 행동을 관찰하면 그 안에 유독가스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카나리아는 '전조와 조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장치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위기가 오기 전에 여러가지 신호들이 나타난다. 어느날 갑자기 위기가 '짠' 하고 나타나는 법은 없다.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가 1년 넘게 누적되고 있었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하나둘씩 부도를 맞았다. 위기가 오고 있다는 조짐은 그때 시작되고 있었다. 태국의 바트화 위기는 우리에게도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조였다. 태국의 위기는 이웃국가에 전염되기 시작하더니 몇개월의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결정적 원인이었으나 이미 그전에 여러 위기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었다. 연준이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자 집값은 곤두박질 쳤고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됐다. 각종 금융파생상품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고 펀드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청산됐다. 리먼브러더스파산에 앞서 6개월 전에 월가의 상징인 베어스턴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위기는 이미 베어스턴스 사태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던 셈이다.

2015년을 앞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주의깊게 봐야 할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위기가 오기 전에는 가격(price)이 먼저 반응한다. 국제유가의 하락과 달러 강세, 엔저 현상 등 가격 변수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기싸움 속에 국제유가는 100달러에서 60달러선으로 내려왔고, 일본의 양적완화와 미국의 출구전략이 맞물려 달러-엔은 121엔을 돌파했다.

걱정되는 것은 이 가격변수들이 단 시일내에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14일 총선에서 승리해 3년 더 재집권하면 엔저 현상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를 인상해 돈줄죄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OPEC의 줄다리기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에 불리한 가격변수가 장기간 계속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의 이상조짐을 먼저 발견하는 경비원처럼 금융시장에서는 '스마트 머니'가 그 역할을 한다. 동물적 감각으로 투자처를 발굴하는 이들은 잘 되는 곳에는 가장 먼저 돈을 넣고 망할 곳에서는 제일 먼저 돈을 뺀다. 이들은 석유.에너지 분야의 투자처에서 발을 빼고 있고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도 빠져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대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썰물 빠지듯이 자금이 빠져나간 시장엔 온갖 파열음이 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석유와 원자재 관련 투자상품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신흥국 시장과 정크본드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가 글로벌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지금 투자한다면 어디에 숏베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투자자들은 정크본드, 금, 커머디티(원자재), 신흥국 통화를 꼽았다. 각국 국채시장 역시 자금이탈 가능성이 많은 자산으로 분류됐다. 스마트 머니들이 볼 때 앞으로 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갈 후보군인 셈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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