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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를 약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자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따라 하기에 나섰다. 일본은 한 술 더 떠서 소위 ‘양적질적완화’ 조처를 한다고 난리이며, 이미 LTRO라는 이름으로 돈을 찍어낸 바 있는 유럽도 (당장은 아니다만) 내년에 또다시 무언가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 참. 하지만, 돈을 찍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워낙 세계경기가 좋지 못해 당장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이 없지만, 행여나 돈이 넘쳐나면 물가가 걷잡을수 없이 치솟을 위험은 상존한다.

역사적으로 돈을 섣불리 ‘찍었다’ 큰코다친 사례는 많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억3천만 퍼센트(!)에 이르렀던 2008년의 짐바브웨가 대표적이다. 엉망이 된 나라경제에다 무능한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돈을 찍어내어 메우려 하였던 것이 재앙을 가져왔다. 얼마나 돈의 가치가 없었는지 당시 짐바브웨는 100조짜리 지폐도 있었다니... 말 다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라면 1차 대전 직후 독일의 사례도 유명하다. 전후 막대한 전쟁보상금으로 피폐해진 국가재정을 역시 돈을 찍어내어 해결하려다 대실패를 맛본다. 그때 월간 인플레이션은 3만 퍼센트. 돈의 가치가 너무 추락하여 돈을 수레로 나르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었다거나,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도둑이 돈은 버리고 수레만 훔쳐갔다는 등의 ‘전설’이 내려온다.

독일 작가 레마르크의 소설에는 당시 상황을 묘사한 대목이 있다. 10마르크 지폐로 담뱃불을 붙인 주인공이 친구에게 묻는다. “우리 어떻게 된 거야? 망한 거야? 아니면 부자가 된 거야?” 친구가 대답한다. “독일인 중에서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을 걸?”

달러-엔이 121도 넘어섰다. 엔화가 거의 추락하는 지경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엔을 마구 찍어냈기 때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겠다. 그 막강하던 엔화를 약세로 만들었으니 아베노믹스가 성공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되레 무디스는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였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베노믹스가 참담한 실패로 끝난다면? 그럴 경우 일본 경제는 수렁에 빠지고 엔화 역시 더 약세로 주저앉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1차대전 직후의 독일 혹은 무가베 대통령이 통치하던 짐바브웨와 지금의 일본은 전혀 다르다. 그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은근히 걱정된다. 엔화의 등락으로 우리 경제가 막대한 영향을 받는지라 ‘강 건너 불구경’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엔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해도 100조짜리 지폐를 발행한다거나 돈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설마!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일목균형표 이론에 따르면 가격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매듭’을 짓기 마련이고, 그 매듭을 만드는 시점이 ‘변화일’로 작용한다. 통상 가격의 매듭은 9, 17, 26 등의 기본수치, 이들이 서로 결합한 형태의 복합수치, 그리고 과거의 움직임이 반복되는 대등수치 등이 된다. 그런데 이같은 일목균형표 시간론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의 매듭을 산정하는 일이 주관적인지라 변화일의 판단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통일된 분석과 일관적인 예측을 하기 어렵다.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무릅쓴다면 결론부터 말하여 코스피지수는 일목균형표로 볼 때 상승할 기간이 좀 더 남았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변화의 시기를 겪을 터. 최근 코스피지수는 42와 57로 구성되는 리듬을 반복하였다. 상승하는 기간이 57일(혹은 58일)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반면 하락하는 기간은 42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2013년12월2일의 고점 2,052에서 지수가 하락하던 2014년2월4일의 기간은 42일이었고, 반면 2월4일의 저점에서 4월23일의 고점 2,013까지의 상승기간은 57일이었다. 5월8일부터 7월30일까지의 상승추세 역시 58일 걸렸지만, 반면 8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의 하락추세에 소요된 시간은 42일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12월5일)은 10월17일의 바닥에서 따져 36일 지난 상태이다. 상승추세일 경우에 57일이 하나의 리듬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아직 상승세는 ‘현재진형형’인 셈.

다만 현재 코스피지수가 구름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 활발한 상승 움직임을 막는 걸림돌이 되겠다. 아무래도 주가가 구름 안에 있을 때에는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주의 경우 지수가 크게 오르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한 채 답답한 모습을 반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다음 주 역시 구름을 확연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지수는 횡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 터. 구름 상단은 1,992이고 구름의 하단은 들쑥날쑥하지만 대체로 1,940~1,950 수준이다. 지수도 당분간 그 안의 범위에서 오락가락할 전망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비록 우리나라의 화폐이지만, 달러-원 환율은 우리의 손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만큼 외부 영향을 온몸으로 받고 있기 때문. 달러-원 환율이야 나름대로 내부적으로는 하락할 이유가 많다. 경상수지는 32개월째 흑자 행진이고, 원화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달러. 유로 등보다는 높아서(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이스라엘은 기준금리가 0.25%에 불과한데!) 해외에서의 핫머니가 언제든 유입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달러-원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할 공산이 높다. 그 이유를 내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당신도, 시장도 다 알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연일 강세이고 특히 달러-엔은 다른 통화들보다 더 많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 판국에 달러-원이 내릴 리는 없지 않겠는가? 아울러 정부 고위 당국자까지 나서서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커밍아웃’까지 한 마당이다. 엔화의 약세는 고스란히 원화의 약세로 전가될 사.

달러-엔 차트에는 기술적지표들이 실패(failure)의 꼴로 나타난다. 상승세가 잠시 바뀌고 하락하려는 참에 추세가 뒤집혀 환율이 다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승세의 과정에 나타나는 ‘실패’는 강력한 추가상승을 예고하는 신호가 된다. 달러-엔은 더구나 120엔이라는 강력한 저항선도 넘어섰다. 이제 위쪽으로 변변한 저항선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고점이라 해보았자 2007년6월에 기록한 124.13이고 그보다 더 높은 것을 찾으려면 2002년1월의 135.16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그러기에 만일 124의 전고점 수준마저 넘어선다면 달러-엔은 망망대해, 탁 트인 상승세의 바다로 나서는 셈.

달러-원 차트야 의당 상승세인지라 세밀하게 볼 것도 없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최대의 관심은 달러-엔인데 이미 121도 넘어섰고 앞으로도 내내 치솟는다면 달러-원 역시 덩달아 상승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물론 전부터 내내 지적하고 있듯 아무리 상승세라고 할지라도 한 방향으로만 줄곧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오르다가도 간간이 조정양상을 드러내기도 하는 법. 하지만 그거야 이삭줍기에 불과하다. 지난주에 잠시 1,100원이무너지기도하였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때가 기회였다. 물론 그런 기회는 또 오겠지만 나는 여전히 ‘콜돌이’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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