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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박트리아 왕국의 밀린다왕이 나가세나 비구에게 물었다. “스님, 알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과 모르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큰 화를 입습니까?” 나가세나 비구가 대답했다. “모르고 하는 사람이 더 큰 화를 입습니다.” 궁금해진 왕이 되물었다. “왜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모르고 죄를 지은 신하에게는 벌을 더 많이 내려야 합니까?” 비구가 말했다. “왕이시여 생각해보소서. 벌겋게 달군 쇳덩어리가 있는데, 이를 알고 집은 사람과 모르고 집은사람 중에서 누가 더 심하게 다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모르고 집은 사람이 더 심하게 다치겠지요.” 나가세나 비구가 명쾌하게 결론지었다. “똑같습니다. 모르고 악행을 저지른 자가 더 큰 화를 입습니다.”

기원전 3세기경에 건국한 그리스의 박트리아 왕국은 강성해져 세력을 인도 북부지방까지 넓힌다. 당시 밀린다왕은 불교 경전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왕이 승려인 나가세나와 사흘 동안 불교교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불자가 되었기 때문. 위 이야기는 두 사람의 문답을 모아놓은 <밀린다 왕문경(王問經)>의 한 대목이다.

온 나라가 ‘땅콩리턴’으로 들끓었다. 대체 손님에게 땅콩봉지를 까서 제공하는지 어떤지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 난리를 쳤을꼬? 사건의 내용이야 내가 되풀이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다들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오히려 나는 관점을 바꾸어 당사자의 처지에서 살펴보려 한다. 조 부사장은 비행기에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과연 사건이 이렇게 커지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는 몰랐다. 자신의 행동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임원으로서, 더구나 자신이 ‘서비스 총괄’인데 실수를 지적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내서비스의 품질이 중요하지 직원을 쫓아낸 행동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억울하다. 자신의 일을 했을 따름인데 사람들이 왜 비난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아울러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는 일이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다. 그랬다면 이런 ‘대형사고’를 치지 않았을 터.

안타깝게도 그는 몰랐다. 하지만 그게 잘못을 덮어주지는 않는다. ‘벌건 쇳덩어리를 모르고 집은’ 사람처럼 그는 큰 화를 입었다. 대기업의 임원 자리가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재벌 3세’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의 기업풍토에서 40대의 여자가 아무 배경 없이 대기업의 부사장이 되기는 어렵다. 그는 남들과 달랐고, 그러기에 더 조심했어야 했다. 평소에 그런 인식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다른 승객들은 아랑곳하지않고자신의 권위를 세우고자 비행기를 돌리는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을 게다.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억울하겠지만, 몰랐으니 오히려 더 큰 화를 입는 게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땅콩리턴’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는 주가지수가 이처럼 큰 폭으로 추락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천만에. 몰랐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고,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큰 화’를 입은 게다. 코스피지수는 구름 안에서 오락가락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구름 아래로 덜컥 내려와 버렸다. 순식간에 상황이 급전직하, 추세는 하락세로 뒤바뀌어버렸다.

워낙 창졸간에 이루어진 탓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지만, 결과론으로 보아도 추세가 뒤집힌 것은 분명하다. 전환선이 어느새 하락해버렸으며, 당장 오늘 혹은 내일이라도 장중저점이 지난 12월12일의 저점 1,915를 밑돌면 그 즉시 전환선은 재차 하락한다. 설령 저점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이번 주 금요일이 되면 전환선은 저절로 하락하는 운명이다. - ‘추세전환을 알리는’ 나팔수, 즉 전환선은 이제 대놓고 하락을 외친다는 뜻이다.

‘추세의 기준이 되는’ 기준선 역시 하락했다. 이것 역시 향후 장중저점이 언제라도 1,915를 밑돌면 즉각 재차 하락할 수밖에 없다. ‘매매타이밍을 제시하는’ 기준-전환선의 관계 또한 암울하다. 이들 역시 지난주 후반에 지수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매도신호로 바뀌었다. 기준-전환선이 역전되었다는 말이다.

더 있다. 주가가 그동안 상승세를 유지할 때 튼튼한 지지선의 역할을 해주던 구름을 뛰쳐나와 아래로 처박힌 것은 추세로서는 뼈아프다. 더 어찌해볼 수 없다. 후행스팬? 보나마나이다. 26일전의 캔들을 무너뜨리고 추락하는 꼴이다. - 이 모든 것으로 미루어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된 판국에 ‘58일 시간론’은 접어야겠다. 추세가 바뀐 마당에 상승을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그러기에 시간론은 매우 주관적이다). 이삭줍기가 될수밖에 없으나, 반등이나마 있다면 재빨리 보유주식을 줄이는 시기로 삼아야겠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분석이야 어차피 ‘확률이 높은 쪽’에 베팅하는 것이 목적(그러기에 추세에 동반하는 거래를 주장한다), 이제 하락세로 바뀌었으니 향후 주가의 움직임 역시 하락할 공산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증시가 될 참.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가 ‘졸지에’ 하락세로 뒤바뀌었듯 달러-원 환율도 하락했다. 그런데 하락한 것은 같으나 내용은 두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 주가는 아예 ‘추세’가 하락세로 뒤바뀐 것이지만, 달러-원 환율은 추세가 여전히 상승세인 상황에서 잠시 ‘조정국면’을 지나는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일목균형표에서 괘선의 배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전환선, 기준선, 선행스팬, 후행스팬 등등이 모두 하락세로 뒤바뀌었다. 현 시점에서 주가가 상승세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도무지 없다. 반면 달러-원은 비록 지난주에 좀 내리긴 하였지만 추세가 훼손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전환선이 하락하긴 했다만 그것 외에는 멀쩡하다. 기준선은 여전히 오르고 있으며, 기준-전환선도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은 구름 위를 훨훨 날고 있는데다 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캔들보다 멀찌감치 위쪽에있다. 확실히 상승세이다.

달러-원 추세의 나침반이 되는 달러 인덱스나 혹은 달러-엔 환율을 보더라도 같다. 이들은 여전히 씩씩한 상승세. 121.84까지 치솟던 달러-엔은 요즘 잠시 주춤거리지만 그렇다고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달러 인덱스도 다소 되밀렸지만, 이것 역시 일시적인 조정국면을 지나는 정도라고 판단된다. 달러-엔이나 달러인덱스의 일목균형표를 살피면 더 확실해진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도무지 하락세가 아니다.

강력한 상승세에서도 조정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주에 달러-원이 밀렸지만 그게 조정이었다. 상승세가 이어지다 보니 잠시 쉬어 갔는데, 그게 지난주의 일이었다. 내내 강조하듯 상승세일 때의 전략은 하나뿐. ‘롱 달러’ 일변도가 되어야 한다. 그게 확률이 높다. 현 상황에서 달러-원이 코스피지수처럼 창졸간에 하락세로 바뀌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전환선이 하락하고, 기준-전환선이 역전되는 등의 조건은 당연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환율이 구름을 무너뜨리고 내려서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구름 하단은 1,070~1,080원 수준이니 거기까지 무너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세하락’을 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코스피지수는 1,915의 전저점이 무너질 일을 걱정해야겠으나, 달러-원의 경우는 직전저점인 1,095.50에 가까워질수록 절호의 매수기회로 삼고 싶다. 굳이 방향을 잡는다면 나는 지난주 조정을 끝으로 이번 주에는 달러-원이 재차 상승하리라 예상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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