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한국거래소가 30일부터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시장이 개장하지만 공급자 역할을 하는 정유사가 모두 참여를 유보해 개장 전부터 '반쪽 시장'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유제품 매도 주체인 정유사들이 정부의 '주유소 혼합석유판매에 관한 거래기준' 도입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방침에 따르면 주유소들은 앞으로 매월 판매량의 최대 20%까지 타사 기름을 들여와 혼합석유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 석유 현물제품 어떻게 거래되나 =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승인한 매매 주체들에 한해 오는 30일부터 석유제품을 주식처럼 거래소가 제공하는 플렛폼(platform) 상에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석유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주체는 정유사와 수출입업자, 대리점, 주유소로 거래소의 가입 승인을 받은 실물사업자로 한정된다. 일반인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식거래와 다른 점은 상하한폭이 전일 대비 5%로 좁혀지고 당사자간 매매 조건을 협의한 후 거래소에 해당 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협의상대거래가 허용된다는 점이다.

매수ㆍ매도 당사자간 제품에 대한 가격 합의가 이뤄지면 매수자가 거래소에 거래 대금을 내고, 매수자가 해당 제품을 받았다는 게 확인되면 거래소가 매도자에게 대금을 전달해주는 절차로 거래가 진행된다.

거래소는 거래를 주선하는 역할만 하고 거래 성사에 대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다만 석유제품 현물 거래 시 매수 주문을 낸 당사자는 최소 거래 단위인 2만리터당 150만원의 보증금을 거래소에 예탁해야하며 결제가 완료되면 반환되고 거래 불이행 시에는 상대방에게 지급된다.

먼저 접수된 주문부터 상대방 호가와 즉시 체결이 가능한 경쟁매매방식의 원칙이 적용되는 점은 기존 증권시장의 거래 방식과 동일하다.

박찬수 한국거래소 석유시장팀장은 "어느 시점부터 거래 수수료를 받아야 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지만 시장이 안정 단계에 접어든 내년부터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추후 석유제품 현물거래 시장이 조성되는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정유사 반발..`반쪽 시장' 우려 = 거래소 석유제품 현물거래시장에 대해 정유사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의 석유 현물거래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시장 참여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개장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유사 4곳 모두 시장 참여를 유보해놓은 상황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온라인 석유거래라는 게 국내에서는 워낙 생소한 분야라서시장 참여 여부에 대한 검토를 아직 진행 중이다"라며 "쉽게 결정이 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판매량의 20%를 타 정유사로부터 들여올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유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예를 들어 A정유사의 기름을 B계열의 주유소 받아 혼합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했을 경우,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때 정유사간 책임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정유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라 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분명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품질 보증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 방침이 지속된다면 정유사간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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