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지난 1월 8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매고 있던 넥타이를 잘라 버렸다. 닷새 뒤인 1월 13일에도 신 위원장은 한 번 더 넥타이를 가위로 잘랐다. 카드사의 신용정보 유출이 터진 그날이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3일 "미신을 믿는다면, 개인적으로 넥타이를 많이 본다"며 "신용정보 사태가 터진 1월, 두 번이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 버렸다"고 회고했다.

이날 신 위원장은 마포 어느 막걸릿집에서 코넥스 기업과 기술금융 지원기업의 몇몇 대표를 만나 지난 일 년의 회포를 풀었다. 올 한해 현장방문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지난 1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는 신 위원장의 임기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손꼽힌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정보유출 규모가 불어나면서 신 위원장은 국민에게 연일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잘라버린 넥타이만큼이나 신 위원장에게 신용정보 유출은 '버리고 싶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신 위원장은 "워낙 사건사고가 많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 한해였다"라며 "말의 해였던 올해가 빨리 마무리되고 어서 양의 해를 맞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과 핀테크 등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금융권에서도 미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과거 돈을 찍어내는 주전소 자리에 센터원 건물을 지었고, 합병 이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우리은행은 행장실에서 굿을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의금부 자리에 있는 SC은행은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신 위원장은 "일부 사례들을 보면 미신도 믿게 될 때가 있다"며 "올해는 두 번이나 넥타이를 잘랐으니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타이를 자르면서까지 사건·사고 '액땜'에 나선 금융위원장. 내년에는 금융당국 수장의 자리가 조금 더 편안해지길 기대해본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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