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절대 빈곤에서 해방된 이후, 15억 명의 중국인들이 유구(悠久)한 돼지고기 집착을 버리고 소고기로 입맛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의 50%,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돼지 대신 소를 먹게 되면 전 세계 곡물, 원자재, 식품 시장은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최근에 소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 어류 소비량이 늘어난 탓에 1989년 육류 중 돼지고기 소비량이 85.9%까지 늘었다가 최근에는 65%대로 줄고 있다.(중국 농업부 통계)

생활수준이 향상된 중국인들이 좀 더 '있어 보이는' 소고기나 양고기를 먹기 시작하고, 중앙정부의 규정 때문에 요식업과 호텔업 쪽에서도 돼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폼생폼사'하는 중국 고소득층들이 유기농, 혹은 안전한 돼지고기에 대한 요구가 늘고, 고급(premium) 냉장 돼지고기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23만 명의 중국 내 거주 외국인들도 현지 생산보다 수입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최근 매우 보수적인 중국인의 식생활 패러다임에 변화가 감지되는 양상인 셈이다.

물론 중국의 GDP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절대적이다. 국민 일 인당 소비량이 연간 약 39kg, 소비자가격이 오르면 물가상승률이 들썩일 정도로 물가지수 산출 소비자 바구니(consumer basket)에서 돼지 생고기는 가장 비중이 큰 단일 품목이다. 지난 20년 동안 양돈 산업은 연평균 2.1% 성장했고, 양돈 농가의 평균 규모는 암퇘지 9마리, 전체 양돈농가의 42%가 양쯔강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농촌 뒤뜰에 키우는 소규모 양돈(backyard production)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일부에서는 약 5,000만 농가로 추정한다.

농촌 소득증대의 큰 부분이지만, 동시에 돼지고기 값이 올라 물가가 오르면 도시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타격을 주어, 돼지고기 구매가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농업부, 상무부 등은 도농(都農) 민심 관리 차원에서 돼지고기 수요 공급을 맞추는 데 온 국가의 행정력을 집중한다.

최근에 중국 정부는 양돈농가를 인구 밀집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보조금을 통해 소규모 생산가들을 대규모 생산 시스템으로의 대량 전환시키고 있다. 세계 양돈 시장의 중심축인 중국에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는 국면이다.

조만간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중국인의 밥상에 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미국, 캐나다, 호주와 유럽의 낙농업자와 농업 유통 및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여기에 승부를 걸 태세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어선이 우리나라에서 죽기 살기로 불법조업하는 이유도 소득이 늘어난 중국인의 해산물 수요 폭발 때문이며, 연근해의 어족자원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인접한 한국의 농업도 단순히 보호·보조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낮은 단계지만 큰 시장이 FTA로 열린 만큼 중국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품질 농업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민관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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