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에서 한 재벌 3세의 '땅콩 회항'을 계기로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워런 버핏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버핏이 이른바 '정자로또'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면서자녀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황제 교육 중심으로 2세와 3세들을 훈육한탓에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것과 대비된다.

버핏은 자신의 천문학적인 재산이 '정자 로또'의 결과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고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게당연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버핏은 자신이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확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더 낮다는 점을 수리적으로 풀어내 기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3억개의 정자 가운데 하나로 선택된 생명이고3억명의 미국인 가운데 주식브로커 출신인 상원의원의 아들로태어날 때부터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행운을 누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이 아니라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버핏의 진단이다.

버핏은 자식들도 `정자 로또'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웠다. 버핏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기여한 바가 없는 아들들에게 '버크셔 해서웨이'를물려줄 생각이 없고그의 아들들도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교육받았다. 이런 훈육의 결과로 아들 둘 가운데 한명은 음악가가 됐고 한명은목장주다.

버핏의 정자로또 개념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재벌 3세로 태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선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 중에서도 재벌 할아버지를 둬야 하니 5천만분의 1의 확률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다 할아버지의 3억마리 정자 가운데 하나가 할머니의 난자와 만나 태어난 재벌 2세 아버지를 둬야 한다. 다시 재벌 2세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과물인 재벌 3세도 3억분의 1의 확률이다.모든 조건을충족해야 하니 5천만분의 1 곱하기 3억분의 1 곱하기 3억분의 1로 45*10의24승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확률이다. 우리나라의 재벌3세가 한 명이 아니니 분자에 약간의 숫자가 더 보태지겠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일까. 우리나라의 로또는 1부터 45까지 숫자 가운데 여섯개를 맞추면 1등에 당첨된다. 순서 관계 없이 뽑아도 되기 때문에조합의 공식을 써서 풀면 '45C6 = (45*44*43*42*41*40) / (6*5*4*3*2*1) = 8,145,060의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일 확률이다. 재벌3세로 태어날 확률보다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낮은 확률로 태어난 재벌3세들은 해외 유학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정보와 전문적인 지식 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관리하는 등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검증 받은 바 없다.별다른 능력 검증 없이 대기업 임원으로 취업해서 경영수업을 쌓는 게 대부분 재벌 3세의 행보다.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으로 진단되는 가운데 곱게 자란 재벌 3세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가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재벌3세가 경영하는 기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게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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