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남긴 말이 시가총액 494억원의 특정 종목 주가를 출렁이게 하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9일 동반성장위원장직을 내놓는 자리에서 "국민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동반성장의 세상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거취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면서도 "무슨 역할, 어떤 방식이든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여운을 남겼다. 많은 매체들은 정 전 위원장의 발언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같은 발언에 시총 490억원대의 한 반도체 부품 제조 업체가 '정운찬 테마주'로 엮이며 거래량이 폭등했다.

정 전 위원장이 이 업체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아들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는 사실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많으면 하루에 50만주, 보통 10만주의 거래가 오갔던 이 회사 주식은 정 전 위원장의 발언이 있었던 29일 405만8천주의 거래가 성사됐다.

직전 5거래일간 평균 거래량이 약 6만8천주임을 감안하면 약 60배 이상의 거래가 오간 셈이다. 발언 당일에 주가는 5.75% 상승 마감했고 다음날인 오늘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재무상태는 투자자들의 이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좋은가.

지난해 11월에 나온 이 회사의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2010년 3분기에 39억1천419만4천507원이었던 영업이익은 7천465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25억7천만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도 1년만에 3억5천만원 수준으로 90% 가까이 급감했다.

2010년 한 해 당기순익은 18억9천만원에서 2011년에는 무려 30억7천만원 적자다.

지난 15일에는 매출액이 직전 연도에 비해 29.2% 감소해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에 따른 정정신고를 내기도 했다.

초라한 실적에 아랑곳없이 유력 정치인과 해당 기업이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영향을 받는 정치인 테마주 움직임의 전형인 셈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가 형성된다는 거 자체가 그만큼 우리 정치나 증권시장이 후진적이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이 유력 정치인과 연결고리가 있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발상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후진적 풍토를 조장하는 주식투자 관련 매체들의 행태도 비판받아야 한다.

'정운찬 테마주'가 형성되자 '정치인 테마주 공략법'식으로 또다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관련된 테마주는 또 뭐가 있을지 소개를 하기도 한다. 기업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분석은 물론 없다.

정치인 테마주는 아니지만 최근 한 케이블 증권투자 전문 매체에 출연하는 증권 전문가가 자신이 추천하는 종목의 하락세가 짙어지자 차명 계좌로 해당 종목의 시세 조종 주문을 내 투자자들의 매매거래를 유인한 사례가 적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특정 정치인 테마주 투자는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악용하는 세력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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