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월가의 3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가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 조처에 대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국제 신평사 무디스가 오는 5월 중순께 17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대형은행들이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타격을 입은 모건스탠리가 무디스의 등급 강등 조치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평가됐다. 무디스가 지난달 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을 최대 3단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BoA와 씨티그룹도 신용등급 강등 대상으로 꼽히고 있으나 이들 은행은 등급이 높은 자회사가 있기 때문에 모건스탠리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무디스가 지난달 경고했던 바와 같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보다 두 단계 위인 'Baa2'로 강등하면 대다수 경쟁사보다 등급이 낮아지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등급이 하향조정되면 장외 파생상품거래의 약 8%만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주요 거래고객들에게 계약서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자사의 신용상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여유를 달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무디스의 경고 후 등급 강등의 여파를 줄이고자 신평사를 여러 번 방문했다.

아울러 신용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지목된 세 은행은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이미 담보로 수십억달러를 내걸었다.

진메리 맥패든 모건스탠리 대변인은 "우리가 지난 2년간 사업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다"며 "모건스탠리 임원들이 등급 강등에 대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계획해놨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 대변인인 존 디앗은 "씨티그룹 거래 고객들은 한 신평사(무디스)의 평가로 은행을 판단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며 "물론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변화는 있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 대한 발언을 거부했다.

씨티그룹의 키이스 호로위츠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신용등급에 대비할 만한 시간이 있었다"며 "지난 몇 년간 이들이 유동성 규모를 늘렸기 때문에 등급 하향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미국의 대형 뮤추얼펀드, 자산관리 업체 등 금융권도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비해 거래관계를 재평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맺은 계약 조건이 수정되기도 하고 규모가 큰 투자자들이 떠나버리기도 한다.

대규모 뮤추얼펀드인 밴가드그룹의 담당 변호사 윌리엄 썸은 "우리는 은행이나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운용사를 의미하는 바이사이드(buy-side)에게는 은행들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현재 거래대상들의 목록을 뽑아 구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새로운 거래처가 나타나면 목록에 추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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