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국내 기관들의 자금이 10억달러 이상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의 국영 투자 회사 1MDB(1Malaysia Development Berhad)가 최근 채무 상환 위기를 겪은 것로 확인됐다.

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1MDB는 지난해 12월 만기 채무액 5억달러 이상에 대한 상환을 완료하지 못하고, 이달 말까지로 연기했다.

1MDB는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 회사의 이름으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골드만삭스의 부실 판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당시 골드만삭스는 1MDB가 발행한 채권 약 11억달러를 국내 보험사와 연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판매했다. 자금 중 상당수는 국내 보험사들로, 보험사들은 총 5억달러 규모의 1MDB채권을 매입했었다.

국가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KIC도 당시 800억원 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1MDB의 채무상환 위기와 함께 국내 투자기관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디폴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1MDB의 채무 상환 시행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이 사들인 1MDB 채권 중 일부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데다 다른 일부는 아부다비 정부가 이중으로 보증하고 있다"며 "원리금 상환 안전성이 낮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잠재적인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1MDB의 부실 위험은 꾸준히 논란이 됐었다"며 "실제 지난달 채무상환이 연기됐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크게 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KIC가 1MDB에 투자하면서도 채권 안정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1MDB의 채무상환 위기가 제2의 메릴린치 사태로 연결될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1MDB의 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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