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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전국시대에 활쏘기라면 최고라고 자타 공인하는 갱영(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위나라의 왕과 한담을 나누는데, 한 무리의 기러기가 날아갔다. 갱영이 자신만만한 말투로 장담했다. “제가 활시위만 튕겨 기러기를 떨어트려 보겠습니다” 위나라 왕은 세상에 화살도 날리지 않고 새를 떨어트리는 재주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농락한다고 왕은 화를 벌컥 내었다.

마침 기러기 한 마리가 느린 속도로 낮게 날면서 비통한 소리로 울자 갑자기 갱영은 활을 꺼내 시위를 강하게 당겼다 놓았다. 활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멀리 퍼지자 기러기 한 마리가 털썩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왕이 놀랄 수밖에.

그제야 갱영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폐하, 저의 활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저 기러기가 천천히 낮게 난 것은 다쳐서이고 비통하게 우는 것은 동료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화살로 다친 경험이 있는지라 화살 소리를 들으니 두려웠습니다. 활시위 소리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날개 힘이 약해져 균형을 잃었습니다. 결국 상처를 못 이기기고 땅에 떨어진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경궁지조(驚弓之鳥)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심리학 용어를 동원하여 좀 유식하게 말한다면 ‘트라우마’인 셈.

주식시장이라고 다를 바 없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자라보고 놀란...”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원래 인간은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기 마련. 그러기에 조금만 나쁜 소식이 들리더라도 화들짝 주식을 팔고, 그 파장이 커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보다는 폭락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블랙 먼데이, 블랙 프라이데이’는 많이 경험하였으나 ‘화이트 먼데이, 화이트 웬즈데이’라는 말은 아예 없지 않은가!

최근 신용평가기관들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하향조정하였다. 물론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이 충분하고, 당장에 돌아오는 채무규모 역시 크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찌 돌아가는 상황이 1998년의 러시아를 연상하게 한다. 그때에도 러시아가 당장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지 않았는가?

설마 경궁지조 혹은 “자라보고 놀란...”이 되는 경우는 아니겠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상승추세는 “고점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태”이고 하락추세는 “저점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태”로 정의된다. 지난주 이 자리에서 나는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주가가 전저점(1,881, 2014년12월18일)을 무너뜨린다 하여 놀랄 것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예감은 적중하였다. 지난주에 코스피지수는 1,881을 지나 1,876까지 주저앉았으니 말이다.

물론 이후에 지수는 반등하여 1,924까지 올라서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하여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상승추세일 때에도 주가는 종종 조정을 나타내기 마련이고, 하락추세일 때에도 주가는 왕왕 반등하는 법이기 때문. 단기적으로 반등하느냐 혹은 하락하느냐보다는 현재의 추세가 무엇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게 관건이다. 그래야 전략이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의 경우 저점이 점차 낮추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의’에 의할 때지금은 하락추세가 명백하다.

어쨌거나 주가는 지난주 중반 이후로 반등세이다. 바닥을 찍더니 오르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새 1,900을 탈환하더니 더 튀어 올랐다. 그렇다면 이게 어디까지 갈까? 일목균형표의 구름을 살피는 것이 정답이다. 추세를 가늠하고, 아울러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구름은 마치 가을 하늘의 솜털 구름처럼 높다랗게 걸렸다. 대략 1,960선이나 되어야 구름을 만난다. 구름이 높이 걸렸다는 것은 당장의 주가에는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라는 말과 같다.

보조 기술적지표들도 같은 의견이다. 이들 역시 바닥에서 탈출하여 상승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지라 주가가 현 수준에서 좀 더 올라도 이상할 것 없다. 스토캐스틱은 이제 막 매수신호를 나타냈고 CMO는 이중바닥을 만들며 치솟고 있다. CCI나 RSI에서는 심지어 ‘강세 다이버전스’도 발견된다. 일단 단기적으로나마 좋은 소식이다. 이래저래 주가가 조금 더 반등할 여지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구름이 걸쳐있는 1,960 언저리도 가능하겠다.

다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현재 근본적인 추세는 하락세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락세에서의 전략은 ‘바닥에서의 매수’가 아니다. ‘반등할 때마다 매도’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요즘은 달러-원을 전망하려면 달러-엔을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달러-엔이 우리나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 최근 달러-엔은 전고점 121.84를 넘어서서 훨훨 자유의 몸으로 상승세를 날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전고점도 넘지 못했고 되레 120마저 내주었다. 러시아 불안으로 일본 투자자들의 자국통화 선호심리가 발동한 탓일 터. 어쨌거나 차트로도 달러-엔은 하락하고 있다. 일목균형표에서 전환선이 꺾였고, 기준-전환선도 조만간 역전될 참. 이미 후행스팬은 26일전의 캔들을 하회하였다. 다만 여전히 구름은 막강하게 두꺼운지라 이걸 뚫으리라고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구름이 버티는 한, 추세는 여전히 상승세이다. 결국 달러-엔은 상승세의 와중에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

달러-원도 똑같다. 전고점 1,121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상승세가 주춤거리더니 급기야 1,100원선도 내주었다. 달러-엔과 마찬가지로 달러-원은 일목균형표에서 이미 전환선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일찌감치 기준-전환선도 역전된 상황이다.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을 하회하였다. 하지만 달러-원의 경우도 구름은 튼튼하다. 매우 두텁다. 그런데 달러-엔에서는 아직 환율이 구름 근처에 닿은 정도이지만, 달러-원에서는 환율이 벌써 구름 상단을 내려서서 구름 안으로 접어든 상태이다. 달러-원의 하락속도가 달러-엔보다 빠르다.

전환선이 꺾였고, 후행스팬 등도 역전되었으나 구름이 버티는지라 달라-원 역시 추세를 하락세로 판단할 수는 없다. 추세의 정의를 따지더라도 전저점(1,080원, 2014년12월17일)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역시 하락세로 말할 수 없다. 환율이 구름 안에 들어가 있지만 구름을 무너뜨리고 내려앉은 것도 아니다. 구름의 하단은 1,079원. 따라서 전저점 1,080원 등과 같이 생각해본다면 1,079원이 무너지는 경우 그때는 심각하게 추세의 변화를 고려해야 하겠다.

이번 주 전망을 살핀다. 기존의 분위기가 이어져 당장은 아래쪽일 것으로 생각된다. 보조 기술적지표들은 매도 쪽으로 바뀌었다. 스토캐스틱도 아래쪽을 주장하고 있으며 CMO, CCI 등도 아직 “사라(Buy)"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목균형표에서 환율이 구름 안에 들어갔으니 움직임은 둔화될 공산이 높다. 약간 밀리겠지만 1,080원 중반대에서 저항을 받는 지루한 장세가 되리라 예상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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