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은 거대한 사모펀드 같다. 기업 인수.합병(M&A) 기회가 있는 곳에 항상 중국 기업이 있다." 글로벌 M&A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을 외신들은 사모펀드에 비유했다. 중국이 세계 M&A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는 의미다.

중국 1세대 민영기업 푸싱(復星) 그룹은 최근 이탈리아의 유명 리조트 '클럽 메드'를 인수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벤치마킹한 푸싱그룹의 궈광창(郭廣昌) 회장은 '중국의 버핏'을 꿈꾸고 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萬達)그룹의 왕젠린(王健林)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미국계 영화사 MGM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도 할리우드 영화사 인수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해 영화사 인수후보 물색 차 할리우드를 방문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1980년대 후반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자산을 사들이던 일본의 모습을 떠올린다. 당시 일본은 저팬 머니의 위력을 앞세워 미국을 상징하는 콜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샤오미는 웨어러블 전문회사 등 차세대 알짜 IT 기업을 계속 인수하고 있다. 바이두와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회사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열사를 불리고 있다. 부동산, 금융, IT, 엔터테인먼트, 제조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차이나 머니가 전세계를 뒤덮는 형국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한해 중국 기업들이 해외(outbound) M&A에 들인 금액은 700억달러(76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M&A는 우리나라 금융.산업계에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없던 일이 됐지만 작년 우리은행 지분 매각 때 중국계 자본이 참여했고,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인수후보로 중국 IT 기업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아가방, 블루독, 밍크뮤 등 유아용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중국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 기업들의 M&A에는 공통된 트렌드가 있다. 첫째, M&A의 주체가 국유기업이 아니고 민영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수의 대상이 중화학.자원산업(국유기업)에서 소비재 산업(민간기업)으로 자연스럽게 탈바꿈했다. 둘째, 기업공개(IPO) 등을 거쳐 확보한 대량자금을 바탕으로 입맛에 맞는 기업을 사들인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 부자가 된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그 니즈에 맞춰 기업들도 M&A를 통해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못하는 걸 남이 잘하면 그걸 돈 주고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전략, 이것이 중국에 흐르는 M&A 유행의 본질이다. 영화와 음악, 모바일, 웨어러블 등 중국이 뒤떨어진 산업에서 합병이 많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변하면서 중국의 산업트렌드가 바뀌었고, 이게 전세계 M&A 시장에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눈독들이는 회사는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보다 기술은 앞서나 자금이 부족한 회사들이 1순위 타깃이 될 것이다. 게임, 모바일 등 IT(정보기술),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부동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중국 왕서방들의 구매 희망 목록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M&A 열풍은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기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게 기본전략인데 인수하고 나서 과연 그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위력을 떨쳤으나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진 저팬머니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이나 머니도 한때의 유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주로 서방 언론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논리다. 중국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진 저팬머니처럼 몰락할지 제2의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 선진화된 경제대국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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