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가 금리자유화를 채택한 이후 현직 대통령이 가격변수에 영향을 줄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채권시장이 이렇게 요동을 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12일 오전에 열린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저성장과 저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과 잘 협의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디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서도 "물가가 낮은 수준이나 많은 전문가가 디플레이션으로까지는 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정작 중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며 경제활력을 되찾은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사흘 앞둔 시점에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출장 중에 이같은 대통령의 채권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이 타전되자 시장은 그야말로 크게 요동을 쳤다. 국고채금리는 수직으로 추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국채선물은 수직 급등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문일답 발언을 마치고 춘추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금리 인하에 적기에 대응하겠다는 발언이 무슨 의미냐'는 인포맥스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본인의 금리 관련 언급을 해명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조금 전) 신년기자회견에서의 (나의) 금리관련 발언은 거시정책기관들이 협의해서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의미" 이며 "기준금리 결정은 청와대에서 어떻게 결정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이 요동을 치자 안종범 경제수석과 주형환 기재부 차관은 이후 해명 발언에 나섰다.

안 수석은 "대통령의 기준금리 발언은 원론적인 내용으로, 금리와 관련해 특정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고, 주 차관은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과 잘 협의하겠다고 한 부분은) 해당 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의미로 들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발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대통령의 금리 정책 발언은 원론적인 언급이며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채권시장은 대체로 대통령의 금리 발언의 전체 맥락에서 원론적인 답변으로 해석하지만,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이라며 '꼭' 집어서 표현한 대목 때문에 인하에 대한 미련의 일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경제 3개년 계획에서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를 발표하고, 동원할 수 있는 통화정책 등의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해석이 여전히 여진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나온 일종의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심중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해석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대통령 경제 참모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채권시장에 가해진 대통령의 발언 충격은 당분간 지속할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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