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 M&A펀드에 삼성증권ㆍ생명 참여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세계적인 금융재벌인 영국의 로스차일드가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 삼성생명과 함께 약 1조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든다.

로스차일드가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사원)로서 PEF의 전반적인 운용을 담당하고,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은 LP(Limited partner, 유한책임사원)로 자금을 출자할 예정이다.

로스차일드가 조성하는 PEF에 국내 금융사가 자금을 대는 것은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이 처음이다.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로스차일드의 PEF 조성 및 운용을 담당하는 머천트뱅크(Merchant Banking)의 최고위급 경영진들이 이번 주 방한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1조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로스차일드가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는 '3호펀드'로 유럽 기업들을 인수ㆍ합병(M&A)하기 위한 용도로 알려졌다.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이 로스차일드의 3호펀드에 얼마를 출자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GP인 로스차일드가 펀드 전체 자금 가운데 30%가량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어도 수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P가 전체 펀드 자금 중 30% 정도를 출자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이외에도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 등도 출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들도 로스차일드의 펀드 출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차일드는 1811년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금융재벌이지만 PEF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불과 7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가 세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업력이 짧고, 1ㆍ2호 펀드로 조성한 자금도 17억파운드(한화 약 2조8천억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가 갖는 상징성과 수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스차일드와 삼성 금융 계열사와의 인연은 짧지 않다. 특히 삼성증권과는 지난 2008년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을 정도로 양사는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로스차일드가(家)의 후계자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드 로쉴드가 방한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의 고위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IB(투자은행) 부문에서 로스차일드와 여러 차례 공동으로 딜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1년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때 양사는 공조를 펼쳤고,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발전소 인수, 한라비스테온의 글로벌 공조사업 매각 자문 등도 함께 힘을 모았다.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로 진행한 크로스보더 M&A인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사업 인수 과정에서 로스차일드는 매각 주관사를 맡기도 했다.

한편, 로스차일드는 이번에 삼성 금융계열사와 펀드 조성에 성공하면 내년쯤 삼성증권, 삼성생명과 국내 기업 인수를 위한 펀드도 조성하는 것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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