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이 멈춘 나라, 이들이 희망을 품지 못하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기면 한 가정의 저녁 식탁에 촛불이 켜지고, 가족이 둘러앉아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가운데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다. 한 개의 일자리 속에서 한 개인의 보람과 자기실현과 가족애가 싹튼다.

일자리 하나가 없어지면 한 가정 안의 부모 자식 간에, 부부간에 갈등과 불화가 잉태되고 그림자가 드리운다. 일자리 한 개가 사라진다는 얘기는 불행 한 개의 씨앗이 뿌려지는 일이고, 정치 사회가 불안해지는 첫 도화선이고 잠재 뇌관이 된다.

일부 정치권에서 말하는 국민의 '저녁이 있는 삶'도 결국 토대는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청년 백수에게 '저녁 있는 삶'은 모든 가족에게 잿빛만 던질 뿐이다.

노벨상 받은 기자출신의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 피폐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기면 하나의 천국이 지어지고, 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하나의 지옥이 나타난다'고 썼다.

국가의 존립 목적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라는 점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목표에서 벗어난 일은 모든 게 급하지 않은 부차적인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기업은 핵심 본업에 모든 행정적·경영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며, 창업이 늘고, 기존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도록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도와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기업인의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고, 이것만이 사회공헌이며 지상의 선(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기업인이 이런 고유의 본업을 제쳐놓고 예컨대 불우이웃돕기 성금내기, 연탄 나르기 같은 과외활동에 시간을 뺏긴다면 본말의 전도라고 타박을 주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지 못한 채 이들에게 용기를 내라, 세상을 향해 꿈을 가지라고 위로하는 일은 '싸구려 힐링'이고 '기만적 위로'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성들이 청년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라 말할 자격이 없다.

사실 부모들도 자녀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잃어버린 미래를 살 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그저 이렇게 살았는데 이런 아픔이 있었고, 이런 희열이 있었고 하는 정도의 자기 고백을 할 수 있을 뿐인데,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런 고백조차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부모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짐만 남겨 주게 될지도 모를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 등에서 좋은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중소기업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급선무다. 지난 연말 노·사·정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약속했다.

이제 노·사·정은 고용 관행, 임금체계 등 노동시장의 근원적인 개혁에 대한 조속한 대타협안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생태계를 무슨 수를 쓰든지 구축해 내야 한다. 대한민국호(號)에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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